2013년 6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희대의 위조지폐범이 붙잡혔습니다. 동일한 기번호(77246)가 들어간 오천원권 위폐를 여러장 사용하던 범인이 슈퍼마켓 주인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습니다. 붙들고 보니 이 위조범은 무려 10년 넘게 잉크젯프린터를 이용해, 그것도 오천원권만을 위폐로 만들어 생활비로 사용해온 대단한 인물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은 당시 이 위조범을 검거하는데 공헌한 서울광진경찰서와 슈퍼마켓 주인에게 특별 포상을 할 정도였습니다.

검거된 지 어느새 1년여. 하지만 그가 뿌린 오천원권 위조지폐 4만5,000여장은 온전히 수거되지 않은 듯합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14년 상반기중 위조지폐 발견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발견된 위폐 1,300장 가운데 오천원권이 무려 874장으로 67.3%에 달했습니다. 한은은 “이들 오천원권 위폐 대부분이 (희대의)위조범이 남긴 것들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작년 6월 5천원짜리 지폐 2억5천만원 어치를 대량 위조해 무려 8년 동안 생활비 등으로 써온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모씨는 2005년 3월부터 8년에 걸쳐 5천원권 5만여매(2억5천만원 어치)를 위조해 슈퍼마켓이나 철물점 등에서 사용한 혐의다. 사진은 위조 지폐. 광진 경찰서 제공.

한은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들 오천원권 위폐는 특징이 분명합니다. 우선 지폐에 적혀있는 기번에 ‘77246’이 들어간 경우가 많으며 대다수가 1983년 생산된 ‘다 오천원권’이라는 점입니다. 붙잡힌 위조범이 위폐제작을 위해 낙점했던 이 오래된 오천원권은 은박이나 은선이 없기 때문에 위조가 매우 쉬웠다고 하네요. 일단 지갑 속 오천원권이 이런 특징과 부합한다면 위폐가 아닌지 잘 살펴야겠죠. 현재 유통되는 오천원권은 ‘마 오천원권’으로 은선과 은화가 다양하게 숨겨져 있어 위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한은 관계자는 “위폐의 90%이상이 잉크젯프린터로 위조한 경우여서 지질이 매끈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쓰면 위폐여부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올해 발견된 위조지폐(1,300장)는 전년동기(2,154장) 대비 39.6%(854장)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권종에 걸쳐 발견된 위폐의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유통 은행권 100만장당 위폐 발견장수도 올 상반기 0.3장으로 전년동기(0.5장)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100만장당 위폐 발견 비율은 영국(223.7장), 유로지역(40.6장), 캐나다(29.0장)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한은측은 위폐가 점차 줄어드는 이유로 역시 희대의 위폐범을 들고 있습니다. 그가 검거되면서 급속히 위폐수가 감소했다는 얘기인데요. 한가지 확실한 점은, 그가 남긴 위폐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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