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란 무엇인가.’

국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갑작스런 ‘화두’를 받아 들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의 여파로 각 부처가 ‘안전 예산’명목으로 앞다퉈 예산을 요구했기 때문인데요, 예산 심사 진행이 한창인 요즘 각 부처 공무원들이 자신들이 요구한 안전 예산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재부 사무실을 직접 찾아 오는 것도 드문 풍경이 아닙니다. 지난달 기재부가 발표한 2015년도 예산 요구 현황을 보면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은 총 16조8,000억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1조원(6.3%) 증가한 수치입니다.

수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안전이지만 이것이 예산 차원의 문제가 될 때 나눠줄 돈이 한정된 기재부로서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무엇을 안전 예산으로 볼 것인가 입니다. 사실 안전이란 단어는 안전 설비 확충부터 안전한 먹거리, 교통 안전 등 어디에 가져다 붙여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전이 뭐지? 고민하는 기재부.

기재부가 고민 끝에 내놓은 대책은 안전 예산의 범위를 3단계 정도로 나누는 것입니다. 재난과 직접 관련이 있는 핵심 예산은 S(Safety)1, 안전 업그레이드 예산은 S2, 사회간접자본(SOC)와 관련된 포괄적 예산은 S3로 구분하겠다는 겁니다. 안전 예산을 이런 식으로 분류해 시급한 사업에는 충분한 예산을,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사업엔 제한적으로만 예산을 지급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안전 예산을 S1~S3로 나누겠다는 발상은 통화의 개념을 M1(협의통화ㆍ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의 합계), M2(광의통화ㆍM1과 만기 2년 미만 금융상품의 합계), M3(금융기관 유동성ㆍM2에 2년 이상 유동성 상품 등을 합한 것)로 나눈 데서 착안한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참으로 경제 관료다운 발상입니다.

하지만 S1~S3는 M1~M3처럼 무 자르듯 딱 떨어지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재난과 직접 관련이 있는 예산’만 해도 그렇습니다. 예컨대 사고 다발 구간의 도로 곡선화 사업은 안전 예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한 도로에는 여러 곡선 구간이 있을 텐데 이것들이 전부 사고 다발 지역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부 부처나 지자체들이 평소 명분이 부족해 추진하지 못하던 숙원 사업에 ‘안전’딱지를 붙여 예산을 요구했을 공산도 큽니다.

매일같이 회의를 열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안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기재부는 조만간 안전 예산 개념을 확정하고, 이를 적용해 9월23일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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