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동통신업체들은 광대역 LTE-A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체된 이동통신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광대역 LTE-A는 데이터를 내려 받는 초당 전송속도가 225메가(Mbps)로, LTE(75Mbps)보다 3배 빠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달 들어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평가를 하기는 이르지만 과거 3세대에서 4세대 이동통신인 LTE로 넘어가는 속도에 비하면 사실상 얼어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인텔 CPU효과의 전이

이유는 ‘인텔 CPU(중앙처리장치) 효과’에 있다. 과거 인텔 CPU는 처리 속도에 따라 286, 386, 486을 거쳐 586인 펜티엄으로 진화했다. 맨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컴퓨터(PC)의 처리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확 달라졌다. 하지만 펜티엄 이후로는 더 이상 PC에서 CPU의 속도를 크게 중요시 하지 않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이미 충분히 빨라졌기 때문이다. 고사양 게임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소프트웨어는 펜티엄 이상 CPU에서 별 무리 없이 돌아간다.

이동통신도 마찬가지다. 3세대나 LTE 이용자들은 굳이 돈 들여가며 광대역 LTE-A 휴대폰을 바꿔야 할 만큼 속도에 목마르지 않다. 3세대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간단한 인터넷 검색 정도만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게다가 LTE로 가입자들이 많이 이동하면서 요즘 3세대 이동통신도 답답하지 않을 만큼 빠르다.

LTE도 워낙 이통사들이 투자를 많이 해 보통 20~30메가(Mbps)의 속도가 나온다. 이 정도면 유선 초고속인터넷만큼 빠르지 않아도 답답하지 않은 속도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광대역 LTE-A의 빠른 속도를 강조하기 위해 유튜브에 선보인 이소룡 패러디 동영상. SK텔레콤 제공

휴대폰 업체들도 시큰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통사들과 휴대폰 제조사들은 광대역 LTE-A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세계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 휴대폰 제조사들은 더더욱 시큰둥하다. A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광대역 LTE-A 서비스를 하는 곳은 한국 뿐”이라며 “사실상 광대역 LTE-A 스마트폰은 내수용인 셈이어서 많이 생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나오는 애플의 아이폰6도 광대역 LTE-A를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통신용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애플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판단을 한다”며 “아직 전세계적으로 광대역 LTE-A가 확산되지 않은 시점에 이를 지원하는 것은 오버스펙”이라고 꼬집었다.

이통사들도 광대역 LTE-A가 LTE에 비해 체감할 정도로 속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광대역 LTE-A는 실제 전송속도가 70메가(Mbps) 정도 나올 것”이라며 “기존 LTE 이용자라면 차이가 크지 않아 피부로 체감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이통사들로서는 광대역 LTE-A는 마케팅하기 힘든 서비스다. 빠른 속도를 강조하지만 확연하게 차이 나지 않는 속도라는 점이 애로사항이다. 인텔이 더 이상 CPU 속도를 강조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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