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구의 집談]'강남권' 관용어 탓 송파-강동도 동일권역 분류부동산 입지 '후광' 얻고 싶은 심리도 한 몫
재건축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행정구역상 진짜 강남이다. 한국일보 DB

몇 달 전 자신을 ‘강남 주민’이라고 밝힌 한 독자로부터 항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강동구가 왜 강남입니까. 기자님 마음대로 그렇게 써도 되는 건가요?”

기사 내용 중에 ‘서울 강남권(강남ㆍ강동ㆍ서초ㆍ송파구) 아파트’란 표현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사실 뜨끔했습니다. 당시엔 부동산 담당을 한 지 얼마 안된 터라 큰 고민 없이 과거 관행을 참고해 쓴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강남3구’와 강동구를 합쳐 ‘강남권’이라고 부르는 관행 말이지요.

저도 궁금했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발단은 재건축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30년 이상 된 주택을 대상으로 한 재건축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개포나 반포 지구 등 강남 일대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강남 일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강동구 역시 2003년 고덕 둔촌지구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재건축이 본격 추진됩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때부터 강동구를 강남권으로 묶어 부르는 관행이 시작됐다고 회상합니다. 실제로 당시 강동구 재건축 추진 단지의 경우 강남 지역 못지 않게 시세가 크게 뛰어 ‘강남권’이란 호칭이 자연스럽게 굳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강동구는 재건축 추진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데다 그나마 물꼬를 텄던 고덕 1단지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2년 전 입주 시까지 일부 미분양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습니다.

더욱이 강동구의 부동산 가격은 강남3구와 차이가 제법 큽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6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의 ㎡당 평균 매매가는 594만원으로 강남구(1,047만원), 서초구(916만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부동산 가격이나 거리 상으로 따지면 광진구(623만원), 성동구(584만원)와 함께 ‘강동권’이라 부르는 게 훨씬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강동구를 강남권으로 묶어 부르기는 이래저래 머쓱한 상황이 됐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준으로 치면 또 찜찜한 구석이 남습니다. 엄밀하게 따져 볼 때 송파구를 강남권으로 봐야 하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송파구의 ㎡당 평균 매매가는 720만원으로 용산구(805만원)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그나마 잠실 일대를 제외한다면 강동구와 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앞선 한 독자로 대변되는 ‘강남 주민’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용산구보다 못한 송파구를 강남권으로 불러야 하냐는 것이지요.

이쯤 되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대체 강남이 뭐길래’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사실 강남이란 말은 지극히 광범위하고 주관적인 단어입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쓰일 수 있는 말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통계에 표시된 ‘강남’은 한강 이남의 11개 자치구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강남’이란 단어는 자타가 공인하는 부동산 시장 최강의 입지를 뜻합니다. 누구든 그 경계 안에 포함돼 후광을 얻고 싶은 곳이지요. 강남권, 범(汎)강남, 강남3구란 말 자체에 이미 그런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단어들이 무심결에 사용되면서 현상이 굳어지고, 시간이 지나며 당연시돼버린 경우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에게 이런 내용의 답 메일을 보냈습니다.

“앞으로 저는 기사에 강동구를 강남권으로 부르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아가 강남권, 강남3구 같은 자의적인 표현도 최대한 자제할 생각입니다. 대신 강남구, 서초구 등 구체적인 행정구역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표현이 그나마 시장의 왜곡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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