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상현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삼성전자 A차장은 1일 여의도 국회 발(發)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삼성전자의 혁신을 배우자”는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의 발언 때문인데요.

윤 사무총장은 이날 “삼성전자는 혁신의 역사로,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부터 자기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며 한참 동안 삼성전자 ‘띄우기’발언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1977년 한국 반도체를 인수했을 때 이 회사가 20년 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는 둥 “삼성전자 혁신은 뭐니뭐니해도 고객과의 소통이었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와 기술로 시장 요구에 호응해왔다”는 둥 삼성전자의 역사와 성공 이유에 대한 분석까지 곁들였는데요. 윤 사무총장이 삼성전자를 띄운 것은 새누리당이 분발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그는 “새누리당이 삼성전자만 한 정당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서 “그러나 새누리당이 삼성전자 절반만큼 혁신하고 스스로 도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 브랜드 가치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당 사무총장이 국내 대기업을 언급하면서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삼성전자의 반응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집권당의 주요 정치인이 칭찬해주는 것은 좋아할만한 일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날 삼성전자 사람들은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 삼성이 회사 밖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기본 원칙은 ‘티 내지 않고 조용조용하게’입니다. 이는 삼성전자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복잡하기 때문인데요. “대한민국 경제는 삼성전자에 달려있다”는 말들을 할 만큼 워낙 국내 다른 기업들보다 압도적으로 앞서있고, 세계 시장에서도 손 꼽히는 위치에 있지만, 모든 국민들이 삼성에 대해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는 것은 아니란 걸 삼성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이런 정서를 해결해 보려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윤 사무총장의 발언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썩 반갑지 않은 것이죠. A차장은 “마치 우리와 미리 주고 받은 것처럼 오해를 받을까 큰일”이라며 걱정하더군요.

더구나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요새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은 초 긴장 상태입니다. 삼성전자를 이끌다시피 해 온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부문이 예년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요.

지난해 말부터 이건희 회장이 ‘마하경영’을 외치며, 또 다른 혁신 없이는 망할 지 모른다고 분발을 재촉하고 있는 마당에 여의도에서는 삼성전자를 ‘완성형’으로 치켜세우고 있어 당혹스러운 듯 합니다. 여의도에서 들려 온 칭찬이 강남역 인근 ‘삼성타운’에서는 찜찜하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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