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2일 오후 6시50분쯤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정박한 해군 청해진함 갑판. 해군 해난구조대(SSU) 소속 17년 경력의 베테랑 잠수사 A상사가 흠뻑 젖은 잠수복 차림으로 방송사 카메라에 둘러싸여 실종자 수색 상황을 설명했다. TV에서 이 인터뷰 장면을 볼 시청자들은 A상사가 막 수색 작업을 마치고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 것이다. 그러나 그의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실은 바닷물이 아니라 맹물이었다.

A상사는 이날 오전 수색 작업을 마친 뒤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대기하던 중 인터뷰 10분 전에 불려왔다. 해군 관계자들은 ‘현장감 있는 영상이 필요하다’는 방송사 몇 곳의 요청을 받자, A상사에게 드라이수트(방수 잠수복)로 갈아 입으라고 지시했다. 그래도 현장감이 덜하다고 판단했는지, 해군 관계자는 급기야 장병을 시켜 갑판에 설치된 수도 장치로 A상사의 전신에 물을 뿌려 적시기 시작했다.

해군은 ‘말 맞추기’도 했다. A상사가 바다 속 상황에 대해 “오늘은 시정이 50~60㎝로 이전보다 잘 보인다”고 말하자, 해군 관계자가 끼어들었다. “그렇게 말하면 시계가 좋아 보이잖아. 30~40㎝로 가자.” 머쓱해진 A상사는 말을 바꿔 인터뷰를 다시 해야 했다.

해군의 무리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해군은 사고 현장에서 잠수사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바지선 ‘2003금호’에 취재진을 데리고 가려 했지만, 그곳에 있던 실종자 가족들이 뒤늦게 이를 전해 듣고 반대해 무산됐다. 사고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무작정 언론을 통해 수색 상황을 홍보하려 했던 해군의 실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날 청해진함에 설치된 감압 챔버(급속한 수압 변화로 생기는 잠수병 치료장비) 안에서는 고된 수색 작업을 마친 후 잠수병 증세를 보인 잠수사 두 명이 고개를 숙인 채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부실한 사고 대처로 원성을 사고 있는 정부는 이들처럼 묵묵히 구조에 힘써야 마땅하다. 방송용 ‘그림 만들기’ 같은 얕은 포장은 1주일 넘도록 피붙이의 생사조차 모른 채 비탄에 젖어 있는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할 뿐이다.

이성택 사회부 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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