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10여명을 데리고 소품을 제조한다는 A재단이 지난 달 글을 보내왔다. 지난해 모 기업과 장애인연계고용 계약을 맺어 납품하고 있었는데,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거래를 중단하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A재단 a씨를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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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하소연은 이렇다. 얼마 전 장애인연계고용 관련 당국의 고시가 개정되었고, 이에 따라 엄격한 표준작업장 기준을 적용 받아야 했다. 현재 작업장으로 쓰고 있는 자신의 단독주택은 10년 가까이 장애인 일터로 사용해왔기에 특별히 개조할 곳이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주택지역이라서 공장이 들어서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요건을 갖출 만한 장소를 물색했으나 당장 '중증장애인 일터'를 구하기는 불가능했다. 올 연말 수년간 일하던 10여명의 중증장애인이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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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는 최소한 2.7%의 직원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장애인고용부담금(벌금)을 물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규정의 절반 정도만 채용하고 나머지는 벌금으로 의무를 때우고 있다. 지난해 이렇게 당국이 거둬들인 벌금액수가 3,261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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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직접고용보다 벌금을 선택하자 정부는 간접고용 방식을 내놓았다. 자회사 형태로 별도 사업장을 만들거나, 기존 장애인사업장과 계약을 맺어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해 주는 것(연계고용)이다. 간접고용도 직접고용으로 간주해 그만큼 벌금을 면제해 준다. 기업으로선 감면되는 벌금과 구매비용을 저울질하여 이익이 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연계고용 사업장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중증장애인 1명 고용은 경증장애인 2명 고용으로 계산해 주므로 기업으로선 연계고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연계고용 사업장이 늘어났고, 중증장애인의 취업도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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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10월 14일 연계고용 관련 고시가 갑자기 개정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고시는 연계고용으로 기업이 감면 받는 벌금의 한도를 절반으로 제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벌금을 덜 내지 못하게 규제하는 셈이 되었다. 또 거래액수와 고용인원 간에 월별 융통성을 주던 것을 없애고, 기업이 연계고용을 자유롭게 시작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이 연계고용 사업장에 취업하는 길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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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부담금(벌금) 감면액이 연계고용 도급액보다 많아질 수도 있어 사업주가 이를 남용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앞뒤가 바뀌었다. 당초 이 제도는 장애인 고용 확대가 목적이고, 벌금 부과는 이를 담보하기 위한 제어장치이며, 연계고용은 목적을 돕기 위한 촉진제인 셈이다. 그런데 개정된 고시를 갑작스레 엄격히 적용하다 보니 A재단 a씨의 하소연처럼 당국의 방침이 연계고용 사업장을 없애거나 줄이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현실을 몰랐던 당국의 탁상공론이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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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 보도됐던 B사업장 b대표의 하소연도 그렇다. B사업장은 대표적인 연계고용 사례 중 하나로 모범적 표준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70여 명의 발달(지적ㆍ자폐성)장애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더 많은 장애인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된 고시 때문에 일을 하겠다고 찾아온 장애인들을 되돌려 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장애인 고용이 늘어날수록 기업 쪽에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선 차라리 예전처럼 벌금을 무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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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분명한 생각을 밝힐 필요가 있다. 고시 개정의 목적이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인지. 혹시 기업으로부터 편하게 받아왔던 벌금(2012년 3,261억 원)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때문인지. 또 혹시 연계고용이 계속 확산되어 기업의 장애인고용률이 2.7%를 넘어설 경우 추가로 지급해야 할 장애인고용장려금의 재원이 부족해서 그런지. 당국이 장애인 고용촉진이라는 원래의 목표를 아직도 갖고 있다면, 10월에 개정된 고시는 다시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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