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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천안함 용사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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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천안함 용사들 사랑합니다"

입력
2013.03.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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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지 3년이 됐다. 오늘 공식 추모식에 앞서 휴일인 그제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인사동거리 등에서 민간단체 주도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천안함 46용사 사랑합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렸다는 소식이 유난히 눈에 띈다. 3년 전 온 국민이 비탄에 젖었던 참담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 때의 비통한 마음이 조국에 몸 바친 젊은 병사들의 넋을 기리는 애틋한 사랑으로 변한 듯하다. 그 순수한 마음들이 갸륵하다.

오늘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3주기(周忌) 추모식 분위기는 다를 것이다.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순국한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것과 함께 북한의 새로운 도발을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다짐을 되풀이할 것이다. 유가족들의 흐느낌에 함께 눈시울을 붉힐 국민 또한 많을 것이다. 지난 1년 정치적 격동 속에 잠시 잊었던 비극을 새삼 되새기며 착잡한 심정이 될 듯하다.

이런 추모와 애도의 다른 한편에서, 지루하게 떠들던 숱한 의혹을 다시 들고 나서는 이들이 있다. 1·2년 전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정부의 공식 조사결과를 송두리째 부정하며 줄기차게 '진상 규명'을 외치는 이들이다. 이들의 입노릇에 충실한 이른바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은 "쏟아진 의문에도 정부와 민주통합당조차 의혹 해소 노력 없이 슬그머니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굳혀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 사회 집단지성인 언론과 정치인 학자들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을 대단하게 여겨 굳이 언급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목소리가 잦아들었지만 언론과 SNS 등에서 여전히 '천안함 의혹'을 되뇌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비춰 미디어오늘이 '민주당이 어물쩍 변심했다'고 비난하는 모습은 흥미롭다. 그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대변인이 그 전까지 '천안함 침몰'이라고 일컫던 태도를 바꿔 '천안함 폭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도 정부의 안보 허점을 비판하면서 '폭침'이라고 표현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그야말로 슬그머니 이를 좇았다.

미디어오늘에 의하면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배경은 물론 선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 쪽의 안보 공세에 밀려 여론의 역풍을 만날 것을 걱정한 나머지다. 이런 변화는 박근혜 정부 출범 뒤 한층 굳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의 조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명백한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뒤늦은 각성을 가상하게 여겨야 할까. 천안함 폭침 직후의 혼란 속에서 여러 의문과 의혹을 제기한 것은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식 조사결과가 나온 뒤에도 과학적 근거와 동떨어진 의혹에 줄곧 매달린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그것도 전문학자도 아닌 재미 한인 학자 2·3명과 국내의 사이비 전문가 몇 명의 어설픈 주장에 의지해 '진상 규명'을 되뇐 것은 서글픈 노릇이다.

정부의 허술한 안보 태세와 경직된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야당의 책무이다. 그러나 꽃다운 젊은 목숨들을 앗아간 적의 도발에 무지몽매한 의혹을 부추기며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킨 행태는 이제라도 반성하고 자책해야 마땅하다. 북한의 무도한 도발에 과거와 같은 '총화 단결'은 아니더라도, 신중한 자세로 진상 규명과 국가적 대응에 힘을 보탰어야 옳다. 황당무계한 좌초설, 충돌설, 좌초 후 충돌설 따위를 국회 안까지 그대로 옮겨 국민의 판단을 흐린 잘못은 씻기 어렵다.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진보 언론과 시민단체도 이제 '천안함 의혹'을 거둬 들어야 한다. 맹목적 이념과 아집에 얽매여 '과학적 근거' 없는 의혹에 매달리는 것은 공적 언론 행위가 아니다. 건전한 시민운동도 못 된다. 오늘 3주기 추모식은 천안함 용사들이 어지러운 논란을 뒤로 하고 편히 잠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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