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린 1896년 아테네부터 2008년 베이징대회까지 112년 동안 역대 올림픽을 수놓은 최고의 장면은 무엇일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 개막하는 런던올림픽 특집으로 지난해 11월16일부터 지난 13일까지 8개월 동안, '가장 인상적인 장면 50가지'(stunning Olympic moments No 50)를 선정해 인터넷판에 연재했다.

가디언은 이중 1972년 뮌헨올림픽 남자 농구 결승전 미국과 러시아(구 소련)의 경기를 맨 먼저 꼽았다. 경기 종료 3초를 남기고 미국이 50-49로 1점 앞선 상황. 주심이 실수로 경기 종료를 선언하자 소련 대표팀 감독이 항의에 나서, 시간은 3초가 남은 상태로 되돌려졌다. 하지만 소련의 공격은 무위로 끝났다. 미국 선수들이 금빛 기쁨에 들떠 있던 순간, 소련 감독이 이번에도 시계가 제대로 맞춰지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해 소련에게 3초의 공격 기회가 더 주어졌다. 이때 소련은 자기진영 엔드라인에서 이반 이디에스카가 길게 연결한 패스를 알렉산더 벨로프가 골밑슛으로 성공시켜 51-50으로 뒤집고 금메달을 안았다. 미국은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남자농구는 1936년 베를린대회에서 첫 올림픽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68년 멕시코대회까지 미국이 금메달 7개를 싹쓸이했다. 따라서 뮌헨에서의 첫 패배는 미국 농구사에 '대참사'로 각인돼 있다.

88 서울올림픽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뽑혔다. 남자 100m 벤 존슨(캐나다)의 금지 약물복용으로 인한 금메달 박탈과 여자 육상 3관왕(100m, 200m, 400m계주)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가 그 주인공이다. 조이너가 당시 200m에서 세운 21초34는 지금까지 세계신기록으로 남아있다.

자국에서 처음 열린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은 마라톤 경기가 이름을 올렸다. 일명 '도란도의 비극'으로 불리는 이 경기에서 도란도 피에트리(이탈리아)가 1위로 골인했지만 결승 지점 막판 탈진해 두 차례나 쓰러져 진행요원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의가 제기되면서 전격 실격처리 된 것. 결국 금메달은 2위로 들어온 존 하예스(미국)의 몫이었다. 당시 영국 왕비 알렉산드라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황금빛 트로피를 따로 만들어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올림픽 후 이들은 두 차례 더 대결을 펼쳐 모두 피에트리가 이겼다.

특히 마라톤 거리 42.195㎞가 첫 선을 보인 곳이 런던 올림픽이다. 평소 스포츠를 즐긴 알렉산드라 왕비가 윈저궁에서 마라톤 출발장면을 보고 싶어 했던 것. 이전까지 마라톤 경기는 40km 안팎으로 들쭉날쭉 했었다. 마라톤 거리는 이후 16년 동안 논란을 더 거듭한 끝에 1924년 파리 올림픽때 42.195km로 공식 확정됐다.

1900년 제2회 파리올림픽을 통해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한 올림픽은 48년 14회 런던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는 여걸이 탄생하게 된다. 주부선수 파니 블랭커스 코엔(네덜란드)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30세의 나이로 참가한 코엔은 100m, 80m 허들, 200m와 400m 계주를 휩쓸어 4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피의 난투극이 펼쳐진 56년 멜버른 올림픽 러시아와 헝가리의 수구 결승전은 '오명'으로 가디언의 부름을 받았다. 올림픽 개막 직전 헝가리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지만 소련이 무력 진압해 양국 선수 사이에 감정이 격앙된 상태. 급기야 헝가리가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충돌이 발생했고 경기장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어 일명 '피의 목욕'으로 회자되고 있다.

가디언은 그러나 금메달을 향한 경쟁만을 평가하지 않았다. '올림픽은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경기도 빼놓지 않았다. 2000년 시드니대회에서 적도기니출신의 에릭 무삼바니가 '꼴찌의 영웅'으로 부활한 것. 무삼바니는 와일드카드로 수영 자유형 100m에 출전, 1위보다 1분 이상 뒤지는 저조한 기록을 보였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관중의 박수세례를 받았다. 그는 골인 직후 "익사하지 않으려 발버둥쳤다"라고 말해 경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밖에 우사인 볼트의 3관왕과 마이클 펠프스의 8관왕(이상 2008년 베이징), '블랙파워'의 원조 제시 오웬스의 4관왕(36년 베를린),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펙의 5,000m, 1만m, 마라톤 석권(52년 헬싱키), 나디아 코마네치의 만점 연기(76년 몬트리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