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범민련 초대 의장 강희남 목사 자살/ 이명박 대통령 비판 유서 남겨

알림

범민련 초대 의장 강희남 목사 자살/ 이명박 대통령 비판 유서 남겨

입력
2009.06.08 05:52
0 0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초대 의장으로 1990년대 통일운동을 이끌었던 '흰돌' 강희남(89) 목사가 현 시국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일 오후 7시45분께 전북 전주시 삼천동 강 목사의 아파트 보일러실에서 강 목사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 주모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강 목사는 자신의 방에 '이 목숨 민족의 제단에'라고 쓰여진 붓글씨 1장과 '남기는 말'이라는 제목의 유서를 남겼다.

전북 김제 출신인 강 목사는 1990년 11월 고 문익환 목사와 함께 범민련을 결성하는 등 평생 재야 통일운동에 힘썼다. 그는 94년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범민련 남측본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 조문을 기도해 구속되는 등 모두 세 차례나 구속됐다.

그는 97년 연방제 통일과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주장해온 범민련 남측본부가 대법원 판결에 의해 국보법상 이적단체로 규정됐지만 이후에도 통일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팔순이 넘어서도 이라크 파병 저지를 위한 전남 목포~서울 천리 도보 행진(2003년 10월)과 청와대 앞 단식(2003년 11월)을 했다. 2004년부터는 매달 둘째, 넷째 주 수요일에 서울 용산 미군부대 앞에서 반미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정부의 사고 방식은 70, 80년대 독재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최근엔 사회원로 인사들과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현 정부의 실정과 남북관계 경색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해왔다.

그는 지난달 1일부터 9일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을 했으며, 이때 이미 자살을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의 컴퓨터에는 단식에 앞서 작성한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마지막 고별사'가 담겨 있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강 목사가 자신의 죽음을 통해 재야ㆍ진보세력의 결집과 이들의 대정부 투쟁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자칫 그의 죽음이 보혁대결 등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빈소가 마련된 전북대병원에는 7일 임재복 범민련 상임의장 등 진보진영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민주당 천정배 장세환 의원, 무소속 정동영 의원, 이부영 김희선 이광철 전 의원 등이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강 목사의 영결식은 10일 오후 2시께 서울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서 통일ㆍ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전주=최수학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