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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메이커]김희태 포천축구센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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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메이커]김희태 포천축구센터 감독

입력
200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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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월드컵때 한국일보에 '그림으로 축구읽기'를 실어 명승부 속의 전술을 재미있게 분석했던 김희태 포천축구센터 감독(50·당시 명지대 감독). 금연운동이 거센 요즘도 골초를 못 벗어난 그는 연신 담뱃갑을 꺼내다가 멋쩍은 듯 월드컵 스타 안정환과 박지성의 핑계를 댄다. "6개월간 금연을 잘 했는데 정환이와 지성이가 골을 넣으면 너무 기분 좋아 한대씩 물다가 도로아미타불이 됐지 뭐예요."월드컵이후 '김희태'란 이름 앞에는 '안정환과 박지성을 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지도력도 새삼 조명을 받게 되었다.

아주대코치-대우코치-아주대감독-대우감독-명지대감독을 거치며 20년간 배출한 스타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2002월드컵팀만 해도 안정환 박지성과 이민성이 있었고, 현재 코엘류의 국가대표팀에도 우성용 박재홍에다가 박지성 안정환이 합류하면 4명이 된다.

이렇듯 대표팀에는 항상 그의 제자가 서너명씩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이름 석자는 그리 유명한 편이 아니다. 수비수라 선수시절이 화려하지 않았고, 국가대표 감독 경력이 없는 탓이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훗날 대성할 재목을 만드는데 힘썼고, 그 결과 입학할 때 주목 받지 못했던 선수들까지 거의 다 프로에 진출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건 축구학교에서 영재를 키우는 기쁨에 푹 빠져있다. 김희태감독은 지도자 이전에 일찍이 성실성과 재능을 인정 받은 선수였다.

대신중·고 시절 전국무대를 휩쓸고 73년 연세대 1학년 때 국가대표 풀백으로 선발될 정도였다. 100m 달리기 11초7의 스피드로 치고 나오는 오버래핑은 특히 일품이었다. 오히려 너무 일찍 대표팀에 들어가 대선배들의 수발을 드느라 대표선수 생활에 회의가 생긴게 불운이었다.

그는 프로축구 원년인 83년 30세로 대우에서 은퇴, 창단 2년째에 접어드는 아주대 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로서의 성공시대를 열었다.

이름 있는 선수는 청소년대표 출신의 신입생 장정 한명이었지만 곽창규 안기철 박현용 조덕제등 무명을 다듬어 1년반 만에 전국체전서 막강 고려대를 2-0으로 꺾고 우승하는 기적을 연출했으며 우승은 다음해 춘계연맹전과 대학선수권까지 3개 대회 연속으로 이어졌다.

대우에 코치로 복귀해 정해원 이태호 김주성 김판근 김풍주등 한국 최고의 스타들을 지도하고, 91년 아주대감독으로 돌아와서는 김현수 김재영 명진영 이장관 우성용 안정환등을 대표급 선수로 키우며 대학무대를 평정했다.

대우 감독을 거쳐 97년 명지대로 옮긴 김감독은 대학축구연맹회장인 유병진 당시 부총장과 아주 이색적인 약속을 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큰 선수'를 만드는데 주력한다"는 것.

그 결과 나온 선수가 박지성 김동선 박재홍 정광민 전광진 김승호 등. 아무튼 많은 스타들이 만들어졌지만 우승에 대한 감독의 집념이 부족했던 때문인지 팀은 16차례나 8강에만 그치는 불가사의의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의 지도비법은 무엇인가.

김감독은 학구파로 소문 나 있다. 연세대 시절 부상으로 운동을 쉴 때 100% 수업에 참석하며 공부습관이 들었다는 그는 아주대 코치를 하며 모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연세대 아주대 수원대에 나가 2년간 강의를 했다. 명지대에서는 감독외에 겸임 부교수를 맡기기도 했다. 91년부터는 줄곧 스포츠 신문에 해설을 쓰고 있다.

또 선수를 보는 눈이 남다르게 예리하다. 안정환이나 박지성이나 고교때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3학년초 처음 만난 안정환에게서 천재적인 감각을 발견하고 점찍었다. 경기중 많이 뛰지 않아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선수를 일찌감치 발탁한 것이다. 김감독은 안정환이 입학한 해에 아주대의 3관왕을 이루고 대우감독으로 옮겼으나 안정환에 대한 관리를 늦추지 않고 3학년때 이민성과 함께 98월드컵팀의 차범근감독에게 추천해 태극유니폼을 입혔다.

"정환이를 4년간 계속 가르쳤다면 볼을 끄는 나쁜 습관과 적극적으로 뛰지 않는 약점을 고쳤을 것"이라는 게 그의 큰 아쉬움이다.

박지성의 경우 고3때 힘이 약하고 체구가 작아 관심을 갖는 대학이 없었으나 지구력과 패스감각을 보고 스카우트, 3개월의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잔디가 억센 호주에서의 기술훈련을 거쳐 입학과 함께 올림픽대표로 만든 대표적 작품.

일본 J리그 교토팀의 스카우트 제의가 왔을 때 팀의 전력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허용한 것은 박지성을 슈퍼스타로 키우기 위해 내린 대승적 결단이었다.

또 지난해 34세까지 프로에서 뛴 하석주(포항 코치)와 역시 30세가 넘어 은퇴한 이경춘(전북코치), 33세의 노장 조성환(부천)등은 김감독을 만나 포지션을 바꾸면서 날개를 단 선수들이다.

김감독을 차별화시킨 결정적 계기는 외국인 감독과의 만남이다.

그는 82년 대우 선수때 김우중 회장이 특별 초빙한 프랑스인 곤잘레스 감독에게 6개월간 지도를 받고, 아주대 코치로 가서도 6개월간 그와 함께 선수들을 가르치는 행운을 누렸다. 대우 코치때는 동독 출신인 엥겔 감독을 1년간 보좌했다.

실전에 눈이 밝은 곤잘레스로부터는 정확한 패스와 스피드의 조절, 효율적인 움직임 등 물 흐르듯 하는 '아름다운' 프랑스 축구를 배웠고, 엥겔로부터는 스포츠 과학에 입각한 철저한 훈련 프로그램을 전수받았다.

동독에서 유소년대표팀을 지도했던 엥겔은 1년 계획을 시즌 전에 작성해 오차없이 그대로 실천했다. 훈련 강도에 변화를 주면서 경기때 최상의 컨디션에 도달토록 만들고, 미팅을 하더라도 선수들이 내용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골라 할 정도로 과학적이었다. 김감독은 그로부터 더 많은 것을 뺏어내기 위해 일부러 그의 이론에 시비를 걸며 토론을 벌이곤 했다. 김감독은 곤잘레스와 엥겔 덕분에 400개에 이르는 전술을 그림으로 갖고 있다.

유석근 편집위원 sky@hk.co.kr

● 김희태 축구센터

김감독은 지난해 9월 출범한 사단법인 포천축구센터의 운영권을 인수,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동면 노곡리의 땅 2만5,000평을 매입, 전용구장 조성을 시작했다. 이곳에는 천연잔디구장 2면과 인조잔디구장 2면, 기숙사를 건립할 예정.

현재 훈련중인 유망주는 중학교 1,2년 생 각 20명. 이들은 인근 일동중으로 전학, 일반학생과 똑같이 정규수업을 받고 오후 4시 이후에 훈련에 들어가며 매주 토요일 한차례씩 기존 중학교팀과 연습경기를 갖는다. 대회에는 일동중 소속으로 출전중이다. 코칭스태프는 김희태감독 외에 국가대표 출신인 조덕제 등 4명의 코치가 있다. 매년 공개테스트를 통해 20명씩 신입생을 받으며 기존 선수가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자연스럽게 고교, 대학팀이 창단된다.

"어린 선수들은 일주일이면 변화를 보이는 것에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는 김감독은 "방과후에만 훈련하므로 시간이 적은 편이지만 연습게임을 많이 하는 학교보다는 실제 훈련량이 많다. 경기에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축구에 흥미를 갖고 기본기를 충실하게 익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체계적인 육성으로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 프로선수를 배출하고 장기적으로 해외명문클럽과의 위탁교육 및 선수교류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 경력

1953년 경기 평택생

대신중고- 연세대- 주택은행- 공군- 대우선수

73∼79년 국가대표선수

83∼86년 아주대코치

87∼90년 대우코치

90∼91년 국가대표코치

91∼94년 아주대감독

95∼96년 대우감독

97∼2002년 명지대 감독겸 부교수

2003년 포천 김희태축구센터감독

부인 임영주씨와 2남

● 주요 제자

곽창규 안기철 김봉성 박현용 장 정 조덕제 안성일 손종찬

백 송 김문섭 하석주 김귀화

신범철 최동호 이경춘 조성환 김현수 김재영 명진영 이장관 이민성 우성용 안정환 장철호(이상 아주대)

이영민 박지성 박재홍 김동선 유재형 정광민 한태유 전광진 김관규 김승호 임동진 양영민 최낙훈 (이상 명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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