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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이 남자가 사는 법-차명석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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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이 남자가 사는 법-차명석 야구해설위원

입력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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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배꼽잡은 '차명석 어록'#1(카메라가 관중석의 선수 부인을 비추자)

차명석 해설위원 : 아, 저 선수 부인 참 미인입니다.

캐스터 : 그런데, 스포츠 선수들 부인들이 대부분 미인 아닙니까? 왜 그럴까요.

차명석 해설위원 : 그런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참히 깨버렸죠.

(한동안 침묵)

캐스터 : 집에 가면 아무일 없을까요?

차명석 해설위원 : ..........

#2 캐스터 : 메이저리그 올스타 전 중계는 계속됩니다. 차 해설위원님, 기억나는 올스타전 추억이 있습니까?

차명석 해설위원 : 네, 저는 올스타전 추억이 아주 많습니다. 올스타로 뽑힌 적이 없어서 그 기간 중엔 늘 가족들이랑 여행중이였습니다. 그래서 .....

캐스터 : ..............(침묵)

#3 캐스터 : 오늘 중계를 맡은 지방케이블 방송이 주로 메이저리그와 낚시를 중계한답니다. 참 특이한 일이군요. 야구와 낚시가 관계가 있습니까?

차명석 해설위원 : 야구 선수 중에도 낚시 광이 많습니다.

캐스터 : 낚시 좋아하면 가족도 버린다는데...

차명석 해설위원 : 제가 전에 모시던 감독님도 낚시 참 좋아하셨습니다. 낚시를 하시며 제 생각을 많이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저놈을 짤라야 되나 말아야 되나.

캐스터 : ..............(침묵)

#4 캐스터 : 예전에 차명석 해설위원도 뛰어난 제구력 때문에 그렉 매덕스와 닮았다고 해서 차덕스라고 불렀었지요?

차명석 해설위원 : 저랑 매덕스랑 닮은 것은 공 느린거 하나 뿐입니다.

#5(시카고 커브스의 투수 케리우드가 90마일 넘는 변화구를 던지자)

차명석 해설위원 : 전성기 시절 저의 직구 보다 빠르군요

#6 캐스터: 아.. 저 선수는 다 좋은데 주자에 너무 신경을 써서 말예요. 참, 옥의 티에요.

차명석 해설위원 : 전 다른 건 다 안 좋은데 제구력은 괜찮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럼 전 티에 옥이네요. 하하

차명석 프로필

1969년 4월20일 서울생

성남고-건국대 졸업

92년 LG트윈스 입단, 2001년 은퇴. (통산 성적 : 38승 37패 19세이브)

2002년부터 MBC ESPN 메이저리그 해설자로 활약중

부인 이정선씨와 1남(수민)

“어록이라고 하니까, 참 쑥스럽네요. 제 경험을 살려 재미있게 얘기한 거였는데.”

전 LG 트윈스 프로야구단의 투수였으며, 지금은 MBC ESPN에서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중인 차명석(34).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차분하면서 편안한 느낌의 이 보통 남자가 지금 인터넷에서 ‘이상 열풍’이라고 할 만큼 화제를 뿌리고 있다.

차명석 어록. 그가 지난해 3월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를 해설하면서 던진 멘트가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 지난달 무렵부터 ‘어록’이란 이름으로 모아져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선수 부인들이 미인이라는) 그런 전통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참히 깨버렸죠.” “예,올스타전 추억이 많습니다. 올스타로 뽑힌 적이 한번도 없어서 그 때면 가족들이랑 항상 여행을 떠나요. 그래서….” “제가 그레그 매덕스랑 닮은 것은 공 느린 거 하나 뿐이죠.”

어떤 이들은 최고의 MC로 주가를 올리는 김제동 어록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하고, 누구는 새로운 유머의 지평을 열었다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하여튼, 대박 터진 것이다.

지어냈냐고요? 실제 일인걸요.

그의 어록을 보면 우선 드는 궁금증이 누가 지어 낸 유머가 아닐까 하는 점. 그러나 모두 그가 방송 중에 한 멘트다. 어록에 나오는 에피소드도 실제 일들이다.

1992년부터 10년 LG에서 줄곧 선수생활을 했던 그는 한번도 올스타전에 뽑힌 적이 없었다. “97년인가 올스타에 한번 뽑힐 뻔한 적이 있었어요. 근데, 당시 천보성 감독님이 ‘넌 앞으로 올스타에 계속 뽑힐 거니까, 이번에는 후배한테 한번 양보하라’고 하더군요. 근데 웬걸요. 결국 한번도 못 뽑혔죠.”

낚시 에피소드의 경우는 대학교 때 얘기다. “낚시를 좋아했던 감독님에게 무슨 재미로 그렇게 낚시를 하냐고 물었죠. 감독님이 낚시하면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는데, 특히 내 생각을 많이 한다더라구요. 순간 감동을 받았는데, 곧 “널 잘라야 되나, 말아야 되나 생각해’ 하시잖아요. 하하”

아내 얘기는 어떨까. “나중에 그 얘기를 집사람이 알게 됐는데, 고생 좀 했죠.” 근데 정말, 전통을 무참히 깬 것일까. “그래도 정말 못 생긴 사람한테 못 생겼다고 얘기하겠어요?”라며 넌지시 웃었다.

솔직 담백 소박 유머

차명석식 유머는 일종의 ‘자학 개그’처럼 보인다. 그도 주위에서 왜 그렇게 자신을 폄하하느냐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 ‘왕년에 내가 말이지’ 식으로 말하고 싶지가 않아요. 사실 뭐 특출 나지도 않았고, 아주 못하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선수였으니까요”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그에겐 허세가 없다. 그의 유머는 솔직담백한 그의 경험에다 약간의 위트를 섞은 격. 비하로 들리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미화와 허세’의 진부함에 길들여졌기 때문인지 모른다.

차명석식 유머, 무궁무진하지만 지금은 조심스럽죠

그도 보름 전쯤 인터넷에서 자신의 말 떠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말이 왜 이슈가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기는 했지만. “야구계가 좀 보수적인데, 말만 하면 그런 쪽으로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아서 요즘은 조심스러워졌어요. (어록에 포함될 만한) 얘기들은 정말 많지만, 자제하고 있죠.”

갑자기 뜨지 않았다면, 어록의 양은 더욱 두툼했을 법하다. 사정해서 ‘미발표 어록’ 하나를 입수했다. “야구경기에서 데드볼을 맞으면, 상대팀에게 보복대응을 하잖아요. 한번은 우리 팀 선수들이 꽤 많이 맞았어요. 분위기가 심상찮았는데, 감독님께 제가 나가서 총대를 메겠다고 했죠. 감독님이 괜히 너까지 나서서 퇴장 당하면 안된다고 말리시더군요. 근데 나중에 들은 감독님 말씀이 ‘니가 던져봐야 아프겠냐’ 였습니다.”

야구에 대한 열정

부상에다, 실력 부족(자신의 표현이다)으로 2001년 서른 둘이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돌아보면 후회도 많지만, 처음 목표로 세웠던 ‘선수 생활 10년, 억대연봉, 300게임 출장’을 모두 달성해 나름대로 만족해요. 특히 중간계투 최초의 억대연봉이었으니까요.”

그는 이제 선수 출신도 야구 해설가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선수 때 별명이 ‘변호사’였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청산유수와도 같은 달변을 자랑했다. 그 밑바탕에는 가식이 없는 솔직함, 그리고 야구에 대한 애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록이 뜨면서 그의 카페(http://cafe.daum.net/baseballcha) 회원수가 2,000여명으로 늘었다. 놀랍게도 그곳에서 그는 카페 회원들이 던지는 시시콜콜한 모든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주고 있었다. “강속구 투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되느냐 등 번지수 잘못 찾은 질문은 상당히 고민되지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최대한 도와드릴려구 해요. 모두 다 야구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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