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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추사김정희와 친구들' 展 / "봄바람 타고 완당선생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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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추사김정희와 친구들' 展 / "봄바람 타고 완당선생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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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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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예서나 해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자들은 괴기한 글씨라 할 것이요, 알긴 알아도 대충 아는 자들은 황홀하여 그 실마리를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ㆍ1786~1856)와 동시대 인물인 유최진은 추사의 예술세계를 극명하게 요약한 최고의 비평문으로 꼽히는 ‘추사 글씨 편액에 부쳐’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평처럼 범인들이 함부로 논하기 힘든 추사의 예술은 “세상에는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는 말을 낳았다.

괴기하고도 황홀한 김정희의 예술세계, 그 참모습을 그의 명작과 대표작으로 감상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동산방 화랑과 학고재 화랑이 22일~4월 11일 공동주최하는 ‘완당과 완당 바람 추사 김정희와 그의 친구들’에서는 일반에 첫 공개되는 진적 30점을 포함한 김정희의 글씨 그림 서찰 등 73점이 선보인다.

또 초의선사, 신위 등의 벗과 제자 허련, 이상적, 오경석, 대원군 이하응의 작품 및 김정희와 교유했던 청나라 학예인으로 그에게 완당(阮堂)이란 아호를 지어준 완원, 옹방강 등의 작품까지 110점을 모았다.

조선이 낳은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자 당대 청조학(淸朝學)의 제일인자로 평가된 인물이었지만, 완당의 사후 유작전은 그간 단 4차례 열렸을 뿐이다.

일제시대인 1932년, 100주기였던 1956년 두 차례, 탄생 200주년이었던 1986년이다. 이번 전시회는 26년만에 추사의 진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서울 전시회에 이어 대구(4월 19일~5월 17일ㆍ영남대박물관) 제주(5월 27일~6월 30일ㆍ국립제주박물관) 광주(7월 8~31일ㆍ부국문화재단, 의재미술관)에서 전국 순회전으로 계속된다.

주최측은 전국 20여개의 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를 수소문해 출품작들을 모았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언덕’이라는 의미의 예서 횡액 ‘浮嵐煖翠(부람난취)’ ‘첫번째는 독서요 두번째는 호색이며 세번째는 음주라’는 내용의 해서 횡액 ‘一讀二好色三飮酒(일독이호색삼음주)’ 등에서는 완당의 문학적 정취와 생활인으로서의 면모도 느껴진다.

청나라 학자 정조경이 1853년 완당에게 그려 보낸 ‘문腹圖(문복도)’를 보자. 그림은 풍성한 수염의 선비에게 한 사내가 두 손 모아 인사하는 모습이다.

선비는 김정희이고 사내는 정조경 자신이다. 정조경은 “선생을 비록 상면하지 못했으나 문장과 학문을 오랫동안 흠모한 나머지 이 그림을 보내드립니다”라고 한 뒤 “혹 비유가 그럴싸하다고 여기시면 아마도 수염을 흔들며 껄걸 웃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완당의 학문과 예술이 이룩한 당시의 국제적 성가가 어떠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장면. 전시 문의 (02)733-5877(동산방) 720-1524(학고재).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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