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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만들어낸 자조어… 새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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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만들어낸 자조어… 새 풍속

입력
1998.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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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Fired·男存女悲·캥거루족/금융고소득자 “이대로” 등 유행/‘新국채보상’ 금모으기 전국불길/아나바다운동도 생활속 뿌리IMF 1년의 격변은 수많은 신조어와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애환과 생존, 공포, 조소의 사회상이었다.

명예퇴직과 정리해고로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자 「I M Fired(나는 해고됐다)」「I M Finished(나는 끝났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해고되지 않은 사람들은 「I M Fine(나는 괜찮아)」을 되뇌고 다녔고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Overcome IMF(IMF극복)」라는 청바지까지 탄생했다.

우리 농산물 애용을 홍보하던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은 「몸을 땅과 하나가 될 정도로 납작 엎드려 어수선한 세월을 견딘다」는 새로운 뜻을 얻었다.「남존여비(男尊女卑)」도 「IMF시대를 맞아 남자는 살고(존·存) 여자는 해고의 슬픔(비·悲)을 겪는다」는 뜻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모든 현상과 상황에 IMF라는 말이 따라다니자 「I M Fedup(지겨워)」이라는 말도 나타났다.

대학가에는 취업과 관련한 「○○족」시리즈가 유행하고 있다. 졸업 자체를 미루거나 학업을 마친 후에도 아르바이트 등을 생계수단으로 삼아 대학가 주변에 머무는 사람들은 「캥거루족」 또는「모라토리엄(지불유예) 인간형」으로, 취업 빙하기를 견디다 못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외출마저 삼가게 된 학생들은 「잠수족」으로 각각 통한다. IMF체제를 풍자하는 유행어도 쏟아졌다. 『산타클로스가 파업한 이유. 하나­루돌프가 정리해고 당했다. 둘­산타클로스가 젊은 산타클로스에 밀려 명퇴당했다. 셋­낮은 급여에 불만을 품은 루돌프가 썰매에 불을 질렀다. 넷­임금이 훨씬 싼 중국산 산타클로스에게 밀렸다』

올봄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는 기미를 보여 거리에 차량이 다시 늘어나자 외국언론들은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 절약의 맹세를 잊어 버리고(I M Forgetting)있다고 현상을 분석하기도 했다.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일부 금융이자 고소득자들 사이에서 IMF체제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이대로』 『IMF여, 영원하라』라는 구호가 유행한다고 해서 서민들을 씁쓸하게 했다.

IMF체제는 일반 국민사이에 근검절약운동을자리잡게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많았다. 일제시대 일본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벌어졌던「국채보상운동」을 연상케 하는「금모으기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 국민의 마음을 잠시 한 곳으로 모았다. 또 물건을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라는 구호의 약자를 딴 「아나바다운동」도 국민사이에 번졌다.<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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