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인도 총선 공약 지키려면 2000조원 ‘묻지마 쩐의 전쟁’

알림

인도 총선 공약 지키려면 2000조원 ‘묻지마 쩐의 전쟁’

입력
2019.04.10 17:00
수정
2019.04.10 21:56
16면
0 0
지난 1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메루트시에서 열린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총선 유세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메루트시에서 열린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총선 유세장 모습. 연합뉴스

11일 시작되는 인도 총선이 이른바 최소 2,000조원을 내건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나 재정 부담은 생각지도 않고, 여야가 천문학적 재정이 소요되는 농민 지원책과 일자리 창출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어서다. 지난 2월 파키스탄과의 무력충돌 후 안보 이슈가 급부상했지만 여야 모두 결국은 전체 인구의 70%인 농민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공약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국내총생산(GDPㆍ2017년 기준)의 3분의 2에 달하는 최소 2,000조원이 투입돼야 할 판이다.

10일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 AFPㆍ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집권 인도국민당(BJP)을 이끌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선거운동 막판인 지난 8일 발표한 총선공약에서 모든 농민에게 매년 6,000루피(약 1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농촌 지역의 도로ㆍ철도 건설과 개발 사업 등에 총 25조루피(약 410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업률이 45년 만에 최고치인 6.1%까지 치솟자 향후 5년간 일자리 창출에 100조루피(약 1,640조원)를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모디 총리가 재원 마련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 없이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공약들을 발표한 건 최대 경쟁자인 연방하원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를 의식해서다. 앞서 라훌 간디 INC 총재는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가구에 매월 6,000루피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농민 부채 탕감, 농산물 가격 보전 강화, 경작 비용 감축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또 공공분야 일자리 340만개 창출을 약속하며 해당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실제 간디 총재의 INC가 주도하는 통일진보연합(UPA)은 이 같은 친서민공약을 앞세워 지난해 12월 BJP의 정치적 텃밭인 마디아프라데시 등 3곳의 주 의회 선거에서 완승을 거뒀다. 모디 총리가 지난 2월 예산안 발표 때 2㏊ 이하 소유 농민으로 한정했던 6,000루피 지원 대상자를 이번 공약 발표에선 모든 농민으로 확대하는 등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낸 것도 INC 때문이다.

현재 인도는 전체 인구 13억5,000만명 가운데 70%가량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도 친농 정책 도입과 부채 탕감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을 만큼 농민들의 소외감이 큰 상태다. 두 거대 정당이 재원 대책 없이 농촌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건 농민들의 표심이 총선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도 총선은 11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6주 가까이 진행된 뒤 같은 달 23일 개표가 실시된다. 유권자 수는 8억7,500만명에 달한다.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세력이 총리를 내세워 정권을 잡는다. 지역 정당이 장악한 주(州)가 많지만 전체 판세는 집권 BJP가 주축인 국민민주연합(NDA)과 INC 주도의 UPA 간 세 대결 양상이다.

지난해 말 3개 주의회 선거 후 집권세력 교체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2월 14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모디 총리는 경찰 40명이 숨진 이 사건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한 뒤 같은 달 26일 공습을 감행했고 이튿날엔 양국 간 공중전이 벌어지면서 전면전 우려까지 나왔다. 이후 안보 이슈가 선거판을 뒤덮으며 BJP의 승리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INC가 농민들을 겨냥한 공약을 잇따라 내놓으며 막판 대역전을 노리자 BJP도 ‘퍼주기 공약’으로 맞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