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공모만으론 처벌 어렵다"는데… 하이브는 왜 민희진을 고발했나

2024.04.29 04:00
거대 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간 날 선 공방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하이브 측이 민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이번 사태는 형사사건으로 비화했다. 관건은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씌운 혐의, '업무상 배임'이 성립하느냐다. 여러 쟁점을 따져 봤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하이브는 26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 대표와 부대표 A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현재 고발장을 검토하는 단계로 내용 파악이 끝난 후 고발인 조사 등 정식 수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이브 측이 구체적 혐의를 적시한 만큼 민 대표에게 적용된 업무상 배임과 그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이 법적 논란의 핵심이다. 업체는 민 대표를 주축으로 한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 찬탈'을 목적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구한 뒤 어도어를 매각하고, 민 대표가 해당 지분을 취득하는 독립을 꾀했다고 주장한다. '여러 달'에 걸쳐, '동일한 목적(경영권 찬탈)’하에 논의가 진행돼 온 '대화록'이 업무일지에 남아 있는 만큼 배임이 맞다는 것이다. 사담에 불과하다는 민 대표 측 반박엔 "사담이라도 오랫동안 여러 차례, 제3자의 개입이 동반되면 계획에 대한 실행이 된다"고 강조했다. 업무일지에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 "이건 사담으로 처리해야 돼" 등의 기록이 발견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배임에 따른 처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형법상 배임은 실제 행위가 없는 공모단계, 즉 예비행위만으로는 처벌이 어려운 탓이다. 물론 작은 행위라도 실행됐거나 혹은 실행된 행위가 회사에 손해를 미칠 우려(위험)가 있으면 성립되지만, 현재로선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안팍의 안주영 대표변호사는 "과거 이석기 전 의원에게 적용된 내란예비·음모 혐의처럼 형법에서는 '중대한 범죄'의 예비행위만 처벌한다"며 "배임은 재산죄로, 실제 행위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해 온라인 대화방에서 공모한 것만으로는 혐의 성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민 대표 측이 경영권을 빼앗기 힘든 점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이유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뉴진스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해지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무력화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 대표의 어도어 지분이 18%밖에 되지 않아 하이브 동의 없이 지분 취득이 불가능한 점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경업금지에 관한 약정이 존재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배임미수조차 되기 어렵다는 논리다. 검사와 경찰 수사관을 지낸 법무법인 현명의 윤용석 변호사는 "드러난 모의 내용만 보면 하이브 측 운영 방향에 대한 불만 토로 정도라 범죄 영역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경영권 문제가 아닌 민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을 줘 어도어 내부를 와해시키려는 의도에서 법적 대응을 강행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주요 경제범죄를 수사하는 서울경찰청 등이 아닌 일선서에 고발장을 낸 건 이런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노동사건 전문인 박훈 변호사는 "하이브는 민 대표의 소수 주주권 행사를 회수하거나 기존 계약보다 더 제한하려 했고, 민 대표는 해당 권한을 더 높이려 했던 것이 경영권 찬탈 시도로 보였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찰 수사과정에서 민 대표의 계약서 유출 여부 등 새 쟁점이 돌출할 변수는 남아 있다. 하이브 측은 어도어 경영진이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계약서 유출과 관련한 증거가 추가로 제출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며 "그렇다 해도 유출 내용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는지, 그로 인한 이익 취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등 복잡한 문제를 짚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만금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전북지역 한 건설사 대표 A(64)씨가 실종된 지 13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28일 전북경찰청과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40분쯤 전북 임실군 운암면 운암대교(임실~전주 방향) 부근 옥정호에서 발견된 남성 시신 지문을 감정한 결과 지난 15일 실종된 A씨 지문과 일치했다. A씨 시신은 이날 오후 6시 40분쯤 한 낚시객이 "호수에 사람이 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 이 낚시객은 경찰과 소방당국에 "시신은 호수변에서 3m 떨어진 지점에서 떠올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해당 남성이 하늘색 점퍼와 어두운색 계열의 바지를 입은 점 등에 비춰 A씨인 것으로 보고 신원 확인에 나섰다. A씨는 실종되기 직전 동일한 복장을 착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8시 20분쯤 A씨 시신을 인양한 뒤 임실보건의료원으로 이송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날이 밝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A씨 아내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남편이 '검찰 수사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고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종 신고 당일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 인근에서 A씨 차량을 발견했다. 이후 매일 100명 안팎의 인력과 보트·헬기·수중탐지기 등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A씨를 찾지 못했다. A씨 업체는 2020년 새만금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2022년 감사를 통해 업체 선정 과정에서 A씨 업체가 군산시로부터 특혜를 받았다고 보고 지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를 맡은 서울북부지검은 A씨 업체 등 관련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