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로 예금보호 한도 상향 목소리
GDP 3배, 예금 규모 4배 커져 명분 충분
공짜 아닌 예금보호… "실효성 없다"도
은행이 망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최근 미국 내 자산규모 순위 16위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진짜로 망했습니다. SVB가 망할 거라는 소식이 들리자 불안해진 예금자들이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하루 만에 50조 원이 넘는 돈을 빼 갔거든요. 결국 SVB는 순식간에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파산하게 됐죠.
미국은 1인당 25만 달러(약 3억3,000만 원)까지 예금을 보호해 줬어요. 그런데 SVB엔 고액 예금자가 많다 보니 약 90%에 달하는 예금이 보호범위 밖에 있었어요. 원래 예금자보호제도는 이런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보험인데, 워낙 많은 예금이 보호범위 밖에 노출되다 보니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거죠.
이번 SVB 사태로 한국에서도 예금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요. 한국의 예금보험 한도는 1인당 5,000만 원에 불과하거든요. 미국에선 3억 원을 넘게 보호해도 뱅크런이 발생하는데 5,000만 원이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실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보호 한도를 넘는 예금의 비율을 금액으로 따지면 지난해 6월 기준 65.7%에 달한다네요.
한국의 예금보호 한도는 2001년 1월 이후 22년 넘게 그대로입니다. 예금자보호법을 보면 '보험금은 1인당 국내총생산액,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쓰여 있어요. 그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01년 대비 3배, 예금 규모는 4배 넘게 증가했어요. 법적으로만 보면 올려야 할 이유가 충분해 보여요.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아요. 예금보호 한도를 높이는 게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죠. 예금보호는 일종의 보험 상품으로, 금융회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납부하게 돼 있어요. 그런데 금융회사는 해당 비용을 100% 혼자 부담하지 않아요. 예금자 역시 예금보호제도의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죠. 금융회사 자율에 따라 예금금리를 깎는 방식으로 예금자들에게 보험료를 물리고 있죠. 결과적으로 예금자 보호 한도가 올라가면 예금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올라갈 수 있어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어요.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예금자의 98%는 금융회사에 5,000만 원 이하의 예금을 맡겨놓고 있어요. 5,000만 원 넘게 예치한 고액 예금자는 단 2%라는 거죠. 즉 예금보호 한도를 높이면 고작 2%에 불과한 고액 예금자의 예금을 보호해 주기 위해 98% 예금자가 부담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거죠.
예금보호 한도 상향 문제는 올해 8월엔 결정이 될 것으로 보여요. 예금자보호법에 보험료 관련 일몰 조항이 있어 4, 5년마다 당국이 검토 결과를 내놔야 하고 그 시점이 올해 8월이거든요. 당국 관계자는 "현행 유지·상향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한 기대효과·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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