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요일 오전을 깨워줄 클래식 한 곡 어떠세요? 클래식 공연 기획사 '목프로덕션' 소속 연주자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 하나를 매주 추천해 드립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위기에 대처하고 극복하는 방법은 각자 위치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죠. 저를 포함한 '보통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상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음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응원가입니다."
트럼페터이자 클래식 콘서트가이드로 활동 중인 나웅준은 미국 작곡가 애런 코플란드가 작곡한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Fanfare for the Common man)'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클래식 작품 제목에 '보통사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거의 유일한 곡이다. 나웅준은 "관객에게 꼭 한번 들려주고 싶은데, 비교적 생소한 곡"이라며 "창작 배경은 물론, 타악기와 금관악기의 독특한 선율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코플란드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장병들을 위해 1942년에 작곡했다. 작곡가가 원래 염두에 뒀던 제목은 '엄숙한 의식을 위한 팡파르'나 '네 개의 자유를 위한 팡파르'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다 코플란드는 미국의 부통령이었던 헨리 A.윌리스의 '보통사람들의 가치'를 역설한 연설을 듣고 감명받아 곡 제목을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라 지었다. 참전했던 평범한 병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46개 마디를 타악기와 금관악기만으로 연주하는 3분여 길이의 짧은 곡이지만, 이들 악기가 전하는 차분하고 깊은 울림이 심오하다. 나웅준은 "처음 등장하는 타악기 소리는 마치 어둠 속에서 서서히 동이 트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 뒤로 시작되는 트럼펫 소리는 떠오르는 태양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곡을 장식하는 팡파르는 화려하고 빠르다기보다는 엄숙하고 고요한 편이다. 어두운 분위기이지만 "그 속에 감추고 있는 빛"을 느낄 수 있다. 작곡가 코플란드가 공연장 객석에서 자신의 곡이 연주되는 걸 감상하던 영상이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명연주다.
"팡파르를 담당하는 트럼펫은 오케스트라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진 않지만, 그저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무대 위에서 나팔수로서 멋진 팡파르를 불며 관객들 마음에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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