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수족관 고래 수난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거제씨월드에서 벨루가 등에 올라타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다. 해당 시설을 폐쇄해달라는 청원에는 5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일 전남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의 벨루가 '루이'가 12살의 나이로 폐사했다. 이틀 뒤에는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의 큰돌고래 '고아롱'이 죽었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수족관에서 고래류 동물이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돌고래가 죽은 것이 벌써 여덟 번째다. 거제씨월드는 2015년 개장한 이후로 5년 동안 총 9마리의 돌고래가 죽어 나갔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8개 수족관에서 보유한 고래류 61마리 중 31마리가 폐사했다. 좁은 수조에서 받는 만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돌고래는 질병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인 나오미 로즈 박사는 필자와의 이메일 대화에서 "수족관 돌고래의 폐사율이 높은 것을 감안한다 해도 매년 한 마리 이상 죽은 것은 과도한 폐사율"이라며 국내 시설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바다에서 잘 살아가는 돌고래들도 있다. 2013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간 지 어느덧 7년이 되었고, 방류된 돌고래 일곱 마리 중 다섯 마리는 무리와 함께 바다를 가르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심지어 이 중 두 마리는 새끼까지 낳았다. 수족관에 갇혀 있던 돌고래를 자연으로 방류해 야생 개체군 유지에 일조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며 해외 언론과 학계에서도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 방류 이후 중단된 돌고래 보호 행보가 아쉽기만 하다. 많은 시민들의 눈에 벨루가를 발로 밟고 타는 행위가 동물학대로 비치지만 정작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부서에서는 현장 점검을 나가고도 "법을 위반한 사항이 없다"고 한다. 수족관을 관리할 근거인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때리거나 상해를 입히는 직접적인 학대 행위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원치 않는 접촉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명백한데도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고통에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하지 않는다. 수족관에서 동물의 절반이 죽어 나오는데도 조치를 취할 근거가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동물보호ㆍ복지 제도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민인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를 개선하고, 더 이상 수족관에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동물이 없도록 남은 동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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