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ㆍ창문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코로나 위협 극복, 주민ㆍ의료진 위로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노래 가사가 지구촌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지 2주, 유럽을 비롯한 미국과 남미 등 전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급증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강력한 이동제한령 및 도시 봉쇄 조치를 내렸다. 주민들은 식료품과 의료품 구매, 출퇴근 등의 한정된 사유 외에는 집 밖을 나설 수 없게 됐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유럽 각국의 주민들은 이웃과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심리적 거리만은 가깝게 지낼 방법을 찾아냈다. 자신의 집 발코니와 창문을 열고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통의 형태는 약속한 시간에 주민 여러 명이 발코니에 나와 노래를 부르거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플래시몹’부터 전문 뮤지션의 콘서트까지 다양하다. 프랑스 출신 테너 스테판 세네샬은 이웃 주민을 위로하고 의료봉사자를 지지하기 위해 26일 저녁 창가에 나와 노래를 불렀고, 스페인의 블루스 가수 베타도 저녁마다 발코니에서 개인 콘서트를 여는 장면이 지난 19일 보도되기도 했다.
독일 연주자들은 22일 트럼펫으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중 ‘환희의 송가’를 불렀고, 같은 날 헝가리에선 아코디언 연주자가 이웃 주민들을 위로했다. 첼로와 바순,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밴조 등 다양한 악기는 물론 주방에서 쓰는 조리기구까지 들고 나와 벌이는 이채로운 합주가 지구촌 골목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이스라엘에선 발코니에서 운동을 하거나 춤을 추며 동네주민들과 소통하는 이들이 나타났고, 태국에선 프랑스 청년이 의료진을 응원하는 발코니 마라톤을 완주해 화제가 됐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선 어머니의 날을 맞아 드론으로 꽃을 전달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그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감이 전세계를 내리 누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이웃과 연락을 유지하고 서로 격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종코로나를 극복하는 그날까지 발코니와 창문을 통한 ‘심리적 거리 줄이기’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정리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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