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Q-25 스팅레이’ 시험비행 성공… 스텔스ㆍ정찰능력도 갖춰
※ 국제 사회에선 ‘힘의 논리’가 목소리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한국일보> 는 매주 금요일 세계 각국이 보유한 무기를 깊이 있게 살펴보며 각국이 처한 안보적 위기와 대응책 등 안보 전략을 분석합니다. 한국일보>
‘새로운 무인 공중급유기가 F-35를 궁극의 무기로 바꿀 수 있을까.’
미국 안보 전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지상관제소 조종사들의 통제로 운항하는 무인 공중급유기 MQ-25 스팅레이를 분석한 기사로 세밑을 장식했다. 매체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해군이 2021년에 첫 드론 급유기인 MQ-25 스팅레이의 공식 시험비행을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F/A-18과 F-35C 등 함재기의 항속거리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현재 640㎞인 작전반경도 1,28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란 해군의 기대를 전했다.
공중급유(Aerial refueling)는 연료를 실은 비행기가 파이프를 이용해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날고 있는 비행기에 연료를 공급해 주는 것을 말한다. ‘하늘의 주유소’로 불리는 공중급유기는 항공모함과 함재기의 전략적 활용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전투기의 작전반경을 극대화하기 위해 항공모함이 등장했지만 전투기는 연료가 충분치 않으면 항공모함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작전을 멈추고 돌아가야 한다. 또 전투기는 이륙 시 최대 30%의 기름을 소진하는 데다 무기를 제대로 장착하면 연료를 충분히 넣을 수도 없다.
특히 무인 공중급유기는 전투기의 항속거리를 늘리는 것은 물론, 공중전의 양상까지 바꿀 수 있다. 무인기는 실질적인 국제 규범이 없기 때문에 공중급유가 어려웠던 적의 영공까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고, 무인기인만큼 장시간 공중에 머물러도 조종사의 피로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종석을 없애 그 공간까지 연료를 탑재할 수 있어 기체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MQ-25 스팅레이는 2018년 처음 등장했다. 2006년부터 항모용 무인기(UCLASS) 개발 사업을 진행하던 미 해군은 2016년 이를 차세대 공중급유 및 정찰용 무인기 사업(CBARS)으로 변경했고, 록히드 마틴과 제너럴 아토믹, 보잉 등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미 해군은 2018년 8월 보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2024년 8월까지 MQ-25 스팅레이 4대를 총 8억500만달러에 개발하는 계약을 했다. 이후 1년여가 지난 작년 9월 19일 MQ-25 스팅레이 시제기가 육상 공항 이착륙 시험에 성공했다. 이날 MQ-25 스팅레이는 지상관제소 조종사들이 조종해 2시간 동안 자율비행을 했다. 이 사업은 앞으로 최대 72대, 13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DF-21D 출현… 급변하는 국제 안보
미 해군이 이처럼 항공모함을 기반으로 한 무인급유기 개발에 나서며 전투기 공중급유에 힘을 쏟는 이유는 급변하는 국제 안보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특히 직접적으로는 중국의 둥펑(東風ㆍDF)-21D와 같은 대함(對艦) 탄도미사일의 출현에 대한 대응이다. 과거와 같은 항공모함전단 체계만으로 군사 굴기(崛起ㆍ우뚝 섬)를 앞세운 중국의 현대적 군사력에 대응하기에 위험 요소가 많다고 본 것이다.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DF-21D는 지상의 이동식발사대 등을 통해 900∼1,500㎞ 떨어진 해상의 미 항모전단을 타격할 수 있다. 반면 F-35C나 F/A-18 등 미 함재기의 전투반경은 최대 965㎞여서 이를 벗어난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록히드 마틴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MQ-25 스팅레이의 공중급유가 뒷받침될 경우 F-35C의 작전반경은 최대 152%까지 확장되고, F/A-18도 최대 145%까지 넓어진다.
MQ-25 스팅레이는 스텔스 기능도 갖추고 있다. F-35C 스텔스 전투기와 짝을 이루면 보다 은밀하고 치명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MQ-25 스팅레이에는 공중급유 외에 정보와 감시, 정찰 기능도 갖춰질 예정이어서 미 해군의 정찰과 조기 경보 능력도 함께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항공모함에 적재되는 전투기들의 작전반경 확대를 강조한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미 해군은 중국의 대함 순항미사일과 해군력 증강에 맞서기 위해 전투비행단을 러시아 폭격기에 대응하던 냉전시대처럼 장거리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737맥스’와 함께 보잉의 발목 잡은 공중급유기
전투기의 작전영역 확장을 가능케 하는 공중급유기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터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운용 중이다. 공중급유 기술이 처음 개발된 100여년 전만 해도 기술적 어려움과 사고 발생 가능성 등으로 공중급유기의 실용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공중급유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건 단연 미국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중급유기 주요 사업자인 보잉이 잇따른 악재에 휘말리면서 노후화된 공중급유기를 교체하려던 미 공군의 계획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보잉은 767 여객기를 개조한 공중급유기 KC-46 페가수스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 공군에 납품하게 됐지만, 공군당국이 성능 미달 등의 이유로 인도를 거부해 3년간 납품이 지체됐고 지난달에야 비행 제한이 풀렸다.
보잉은 막대한 지체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지만 737맥스 기종 여객기 때문에 지불해야 할 소비자 보상금만도 자체 추산 100억달러에 이른다. 보잉은 737맥스가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잇따라 추락해 346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40여개국에서 이 기종의 운항이 정지됐고 생산 중단으로까지 이어졌다. 미 언론은 지난해 물러난 데니스 뮬렌버그 후임으로 13일부터 보잉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될 데이비드 캘훈 보잉 이사회 의장이 시급히 수습해야 할 과제로 737맥스와 KC-46 페가수스를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국 공군은 지난해 1월 유럽 에어버스가 제작한 KC-330을 첫 공중급유기로 실전 배치했다. 공교롭게도 구매 계획 단계에서 보잉 KC-46도 후보로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에어버스의 급유기를 선정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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