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키우는 비정규직 워킹맘이 육아를 이유로 휴일근무를 거부하고 출근하지 않았다면 정규직 전환 거부 사유에 해당할까.
여섯 살, 한 살 두 아이를 키우는 A씨는 2017년 4월 B사의 고속도로 영업소 서무주임 자리를 얻었다. B사는 3개월간 수습 과정을 거친 뒤 정식 채용하겠다 했다. 문제는 영업소 서무주임 자리가 육아와 병행하기 어려웠다는 점. 24시간 내내 도로 통행료 징수 등을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A씨가 속한 팀의 직원들은 공휴일 근무와 오전 7시에 출근하는 ‘초번’ 근무를 분담해야 했다. A씨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A씨는 육아를 이유로 어린이날, 대통령 선거일, 현충일 등 휴일 근무를 거부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초번 근무도 입사 첫 달 이후엔 거부했다. “무단결근이 계속되면 초번 근무 때 자녀 어린이집 등원을 위한 외출 편의를 봐줄 수 없다”는 경고가 이어지자 이에 저항하는 의미였다.
B사는 결국 수습기간 후 A씨와 계약을 종료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부당해고로 판단하자 B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회사가 A씨의 수습평가 과정에서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관련 규정을 적용했다”는 점을 들어 A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공휴일 근무의 경우 A씨가 안되면 배우자 등 다른 사람이 아이들을 맡을 수 있고, 그게 안 된다면 A씨가 회사에 먼저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초번 근무에 대해서도 “무단결근을 시정할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채, 회사가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근무지시를 곧바로 거부한 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회사 측의 배려가 부족했다는 1심 판단에 대해서도 2심 재판부는 “초번 근무시 자녀의 등원을 위한 외출을 허용하고, 공휴일에 사전 일정조율을 통한 연차사용을 허가하고 있다”며 “일ㆍ가정 양립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이를 넘어선 수준의 노력을 회사에서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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