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삽화 작가 에시 인터뷰…주요 캐릭터 드레스 디자인부터 인물 묘사까지 다양한 작업
PC와 스마트폰 등 다양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웹소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소설 시장은 연간 4,000억대 규모로 성장했다. 웹소설이 ‘스낵 컬처(Snack Cultureㆍ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이 웹소설과 떼놓을 수 없는 짝꿍이 있다. 바로 웹소설 속에 들어가는 웹삽화다. 웹삽화는 그림 묘사를 통해 작품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또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해 독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웹삽화는 웹소설의 ‘최애(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인 로맨스ㆍ판타지(이하 로판) 장르에서 빛을 발한다. 로판 장르 특유의 화려한 삽화가 미적 요소에 민감한 독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웹소설 댓글란에는 “일러스트까지 예뻐서 보는데 눈이 두 번 호강하네요” 등의 반응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웹삽화는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현재 네이버 웹소설에서 로판 장르 웹삽화를 맡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에시(26)를 만나 웹삽화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안녕하세요 에시 작가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털에서 웹소설 삽화를 작업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에시입니다. 현재는 네이버에서 웹소설 ‘비밀의 공범’, ‘마법사가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삽화를 맡고 있습니다.”
-웹삽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원래는 개인 일러스트를 작업하는 프리랜서였어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개인 작업물을 좋게 본 작가님과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웹소설 표지 작업을 하고 있어서 웹삽화에도 관심이 있었거든요.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작업 중 하나여서 도전했어요.”
-개인 일러스트와 웹삽화에 차이가 있나요.
“개인 일러스트는 제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웹삽화 작업은 작품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기에 작업을 끌어내는 방식이 반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 일러스트는 그리는 방법이나 스타일을 두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삽화는 계속 같은 톤과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는 차이도 있고요.”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로판 장르 삽화 작업이 많은 편인데 이유가 있나요.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 로판 장르의 매력은 가상세계라는 점이에요. 복식이나 장면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현대물보다 자유롭고,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가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거든요. 또 제 그림이 로판 장르와 잘 맞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복식과 장신구 등을 화려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서요.(웃음) 그런 부분 때문에 (담당자들이) 현대물보다는 로판 장르와 더 잘 부합한다고 봐주셔서 의뢰가 들어오는 것 같아요.”
-로판 장르 특성 상 꽤 복잡한 삽화가 들어갈 것 같은데요. 어떻게 준비하나요?
“사전조사 후 작업에 들어가는 스타일이에요. 먼저 출판사로부터 미리 받은 삽화 가이드와 웹소설 작품을 읽어봐요. 그 다음 소설의 분위기나 배경에 어울리는 자료를 수집하고, 각각의 캐릭터 특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복식을 미리 디자인합니다. 특히 주요 캐릭터의 드레스 코드는 작품의 분위기를 잘 파악할 수 있게 하고, 독자들 입장에서도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 신경 써서 조사하는 편이에요.”
-그럼 실제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구체적인 삽화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먼저 해당 웹소설의 담당자가 보내준 작품 원고와 삽화 가이드를 읽는 것부터 시작해요. 담당자마다 상세한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작품 준비 기간에 받는 가이드에는 웹소설의 줄거리, 외관이나 성격 등 전반적인 인물 설정, 삽화 구도, 배경 및 오브젝트에 관한 설명 등 삽화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설명과 자료들이 들어있어요. 그리고 웹소설 원고에 삽화가 들어가는 부분이 어디인지 표시해 보내주세요. 이때 보통 1~4화 정도 삽화를 미리 그려두는 편이에요.”
-일종의 세이브 작업이군요.
“맞아요. 이후에는 담당자가 연재 회차별로 삽화 가이드를 주세요. 주로 해당 회차에서 인상적이거나 중요한 장면에 대한 가이드에요. 이때부터는 매주 마감 체제로 진행된답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요.(웃음)”
-회차별 삽화 가이드는 작품 준비 기간에 받은 가이드와는 다른가요.
“회차별 삽화 가이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주로 중요한 장면에 대한 설명만 있어요. 이미 준비 기간에 전반적인 작품 구성 요소를 파악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목걸이가 중요한 삽화라면 가이드에 목걸이 디자인을 참고할 수 있는 예시 사진이 들어 있어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예시 사진보다는 보석이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 ‘색은 금색만 아니면 된다’ 등의 설명을 해주는 식이죠. 담당자에 따라 디테일하게 요청하기도, 간단히 글로만 설명해 웹삽화 작가 재량에 맡기기도 해요.”
-웹소설에 등장하는 삽화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나요.
“그림은 러프(밑그림)부터 시작해요. 여러 장의 러프를 스케치하고 담당자에게 피드백을 받죠. 그리고 피드백에 따라 수정한 스케치를 완성합니다. 저는 한 작품 당 일주일에 2장씩 완성해서 전달해드리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피드백을 반영한 완성본을 수정해 최종본을 보내드리면 끝이랍니다.”
-정말 작가님의 말처럼 ‘정신 똑바로 차려야’ 마감을 맞출 수 있겠네요.
“맞아요. 하하. 연재 초반에는 매주 일정한 퀄리티에 맞춰 작업물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어요.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괜찮지만요.”
-작업하다 보면 웹삽화 작가로서 느끼는 고충이 있을 것 같아요.
“연재작의 특성 중 하나가 독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런 경험이 없었던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어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반응 때문에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이 쓰이곤 했죠. 하지만 모든 독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잖아요. 지금은 적절히 의견을 수용하고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작품에 누가 가지 않도록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반대로 독자 반응 덕분에 보람을 느낀 적도 있죠.
“네. 열심히 그린 부분을 독자가 딱 캐치해서 알아봐 줄 때 동기부여가 되죠. 또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놀라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 중 하나가 ‘그림이 모 연예인을 닮았다’는 댓글이었어요. 제 그림은 개인적으로 캐주얼한 편이라 생각했는데, 처음 듣는 피드백이라 신기했어요. 좋은 피드백 남겨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에 원동력 삼아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웹삽화 작업을 계속 할 예정인가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웹소설 삽화와 표지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싶어요. 현대 판타지 등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의 작업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이후 작업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우선 현재 하는 작품과 더불어 10월에 작품 하나가 더 출시될 예정이에요. 미리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웹삽화는 독자들에게 소설 속 장면들을 더 쉽게 이해 할 수 있게 하고, 그려진 캐릭터들로 소설 속 인물들을 상상하는 재미를 준다고 생각해요. 또 소설에 그림 요소가 들어가니까 웹툰이나 만화 같이 시각적인 즐거움도 느낄 수 있고요. 제가 맡고 있는 로판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와 장르도 많으니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는다면 눈이 즐거운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김윤정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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