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에도 복날을 전후로 개식용을 둘러싼 논란이 되풀이됐다. 개를 잔인한 방법으로 사육, 도살하는 개식용 산업은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와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개만 식용을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것 같지 않던 두 개의 평행선 사이에 최근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국 3개 개시장으로 꼽혔던 경기 성남 모란시장, 부산 구포시장, 대구 칠성시장 중 모란시장에서는 개 도축시설이 폐쇄됐고, 부산 구포시장에서는 올해 7월 개고기 상인들이 부산시와 합의해 전업을 선언하며 60년 장사를 접었다. 폐업한 상인들에게는 생활안정자금과 함께 새 상가에 입점할 때는 혜택도 제공한다니 상인 입장에서도 수요가 줄어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는 장사를 부여잡고 있는 것보다 이익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대구시에 따르면 권영진 대구시장이 ‘개식용 문제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고 개도축장이 대구 도심에 있는 것도 지역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고기 거리 정비를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도 개식용 산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018년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법에 근거한 경우만 예외를 두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은 동물에게 음식물쓰레기 급여를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을 발의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 달라는 청원과 불법 도살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각각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8월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정부가 식용견 사육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 받는 측면도 있어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공식 답변했다. 심지어 개식용을 반대하지 않는 시민들의 반응도 이전에는 사대주의라거나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면 최근에는 ‘나는 먹지 않지만 굳이 법으로 금지할 것까지 있느냐’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동물보호법 강화’를 주문하는 시민들이 많다. 그러나 동물학대를 수반한 사육ㆍ도살 방법이 고착화된 개식용 산업을 방치하는 것은 곧 동물보호법의전반적인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차나 오토바이에 개를 묶고 달리는 사건, 대낮에 망치로 개의 머리를 가격하는 사건 등도 어차피 ‘잡아먹을 개’이기 때문에 발생한 학대 사건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흡한 동물보호법인데 일부 조항은 그 대상을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로 한정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심지어 반려동물 등록제에 관한 조항 역시 동일한 단서를 두고 있어, 단속에 걸린다면 식용으로 기르는 개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사실 ‘왜 개만 먹으면 안 되느냐’하는 물음에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답하기는 어렵다. 반려동물과 감정을 교류하는 경험을 하면서 다른 동물 종에 비해 유독 개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2017년 대선 당시 한국일보에서 어웨어의 자문으로 대선후보들에게 보낸 동물보호 정책 관련 질의서에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반려동물 식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제는 해묵은 논란을 접고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제도 자체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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