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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2년] 기울어진 안보라인… 북핵 대응 ‘굿 캅’ 일색

입력
2019.05.09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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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노딜 징후’ 보고 간과, 송영무 같은 배드 캅 없어 北에 휘둘려 

 “북핵문제 최악 리스크 될라” 우려… 美 볼턴-비건 강온전술 배워야 

북핵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최대 성과가 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지만, 집권 2년을 맞은 지금은 오히려 정권의 지지 기반을 흔드는 최악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ㆍ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제 궤도를 찾지 못하는 탓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 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대화가 사실상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노력에 기대어 흘러온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곱씹어볼 대목이다. 특히 외교안보라인이 ‘원 팀’이 되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좋지만, 집단적 편견에서 벗어나 견제와 균형추 역할을 해줄 ‘배드 캅’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평양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018년 9월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뒤 손을 들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018년 9월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뒤 손을 들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눈과 귀 가리는 ‘희망적 사고’…비핵화 대화도 협상, 냉정해야 

그런 점에서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노딜’(합의 불발) 가능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프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포함한 체제보장을 맞교환하는 빅딜을 원하고 있고,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는 수단으로 노딜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부산을 찾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기로 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돌연 방한을 취소하는 등 노딜의 징후는 또 있었다. 하노이 회담 직전 실무선에서 이 같은 보고가 올라가긴 했지만 대통령과 주요 수석들이 참석하는 현안점검회의에선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워싱턴=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워싱턴=류효진 기자

그 결과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新)한반도 체제 구상을 밝혔고, 회담 당일에는 국가안보실 1ㆍ2차장을 모두 교체했다. 특히 2차장에 안보전문가가 아닌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을 발탁하면서 남북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포함해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미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희망적 사고’에 청와대의 눈과 귀가 가려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오랜 시간 동안 불신을 켜켜이 쌓아온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희망을 갖고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비핵화 대화도 협상인 만큼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되는 데 간과한 측면이 아쉽다”고 말했다.

 ◇美, 굿 캅ㆍ배드 캅 역할 분담…문 대통령 의존에서 벗어나야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이 꾸려지는 과정에서 외교안보라인에서 ‘매파’라고 일컬을 만한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점도 우리 정부가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기 외교안보라인의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했던 정권 내 ‘배드 캅’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이태원로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연합군사훈련 일시중단에 따른 후속 조치와 전시작전통제권등 현안을 논의한다. 회담에 앞서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이태원로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연합군사훈련 일시중단에 따른 후속 조치와 전시작전통제권등 현안을 논의한다. 회담에 앞서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2년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을 도운 송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신념을 같이 했지만, 안보 문제에 있어선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남북 간 대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킬체인(도발원점 선제타격체계)ㆍ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ㆍKMPR(대량응징 보복체계) 등 한국형 3축체계 구축을 밀어붙인 게 대표적이다. 또 청와대 내 ‘비둘기파’들이 주저할 때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과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총대를 메며 한미동맹을 지켜내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2017년 11월 북한이 75일간의 침묵을 깨고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자 6분 만에 지대지ㆍ함대지ㆍ공대지 미사일 3기를 동시에 발사해 북한의 도발에 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며 “안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있어야 평화도 있다는 쪽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2017년 11월 29일 군 당국이 북한의 도발 원점을 고려해 육군의 현무-2 지대지 미사일(왼쪽), 해군의 해성-2 함대지 미사일(오른쪽) 등으로 합동정밀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ㆍ해군 제공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2017년 11월 29일 군 당국이 북한의 도발 원점을 고려해 육군의 현무-2 지대지 미사일(왼쪽), 해군의 해성-2 함대지 미사일(오른쪽) 등으로 합동정밀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ㆍ해군 제공

2기 외교안보라인은 비핵화 대화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정의용 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1기 때부터 임기를 계속한 참모들은 북미 교착 상태에서 새로운 비전과 참신한 대안을 내놓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기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조명균 전 장관보다 더 대화론자이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경우도 안보에서 목소리를 내는 ‘배드 캅’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 매파인 볼턴 안보보좌관과 비둘기파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곁에 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강ㆍ온 양면전술을 구사하는 데서 거래의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협상의 시각으로 접근해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너무 당기기만 한다”며 “너무 밀면 튕겨나갈 우려가 있지만, 지금처럼 미는 건 하나도 안 보이면, 스스로 협상 공간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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