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 주요 선진국보다 양호한 경제성장률(2.7%), 수출 6,000억달러 돌파로 세계 6위 수출국 등극, 7년 만에 민간소비 증가율(2.8%) 최고, 역대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 달성….”
정부가 8일 ‘문재인 정부 2주년 경제 분야 주요 성과’를 보도자료로 발표했다. 발표 내용만 보면, 한국은 남 부럽지 않은 성장에 수출은 고공행진을 기록, 1인당 3,000만원 넘는 소득을 올리며 소비를 즐기는 나라로 비친다. 국민 10명 중 2명 정도(23%)만 ‘경제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3일 한국갤럽)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정부가 ‘좋은 경제성과만 강조해 오히려 신뢰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정부 발표 자료는 총 39페이지 분량이다. 이 가운데 △정부출범 당시 경제여건 △우리 경제의 현 상황 등을 담은 2쪽을 제외하면 나머지 37쪽은 긍정적 성과를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하는 데 할애했다.
예컨대 △민간ㆍ공공ㆍ지자체 투자 확대를 통한 시장 활력 제고와 경제전반의 투자분위기 확산 △내수ㆍ수출 활성화 다각 지원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대규모 조치 △우리 경제의 대내외 리스크에 선제 적극 대응 등 “안정적 거시경제 운용을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했다”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19쪽 분량의 주요 정책사례 상세내용을 통해서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및 유류세 인하 등 사례를 열거하면서 정부의 성과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에 반해 2년만에 30% 가까이 급등한 최저임금 등의 영향으로 최악을 기록 중인 고용 상황, 양극화가 더 심해진 가계소득 격차,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전기 대비 -0.3%), 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수출 등 악화되는 경기 지표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최근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민생 어려움 지속 등으로 성과 체감이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표현이 전부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좋은 성과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기조가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각종 통계가 말하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여전한데 바뀌지 않는 정책이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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