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빈티지한 집에 들인 안마의자, 어떻게 꽁꽁 숨길까

입력
2018.10.20 04:40
0 0
빈티지한 인테리어의 집 안에 들인 안마의자. 시원하지만, 미관을 해치는 듯해 고민입니다. 최고요 제공
빈티지한 인테리어의 집 안에 들인 안마의자. 시원하지만, 미관을 해치는 듯해 고민입니다. 최고요 제공

지인들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데, 최근 안마의자를 샀습니다. 삼십 대 중반이 된 후부터는 한 해가 끝나가면 아쉬운 마음과 함께 건강해지겠다는 각오를 하게 됩니다. ‘이별과 가까워지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수록 쓸쓸해져서, 무엇이라도 나를 지켜줄 소비에 눈을 돌리게 된다고 할까요.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 안마의자는 백화점에서 ‘절반 가격’ 행사상품으로 팔던 것입니다. 낚시의자처럼 생겼지만 조금 더 정교한 기본의자 위에 목, 등, 엉덩이를 안마해주는 푹신한 쿠션이 부착돼 있습니다.

여태까지 저는 집에 어울리는 물건이 아니면 들이지 않았습니다. 평소의 지론에 단단히 어긋나는 이 의자, 원목 일색에 빈티지한 분위기의 집에는 어디에 두어도 어울리지 않기는 합니다.

이실직고하자면, 세트로 파는 발 마사지 기계도 함께 구매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원가의 절반을 주고 샀습니다. 백화점 입점 기준이 몹시 까다로워 온갖 시험 성적을 갖추었고, 안정성 테스트에 합격한 데다가, 잔고장도 없고, 생리통까지 없애준답니다. 설명을 듣다가 그만 넘어갔습니다. 미니 우주선처럼 생긴 발 마사지 기계까지 충동 구매하게 된 거죠.

저는 마사지 받는 것을 좋아해서 비교적 만족합니다. 매일 저녁 시원합니다. 문제는 60㎡(18평 가량) 정도 되는 우리 집에 도무지 이 안마기 세트를 ‘숨길 곳’이 없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아름답지 않은 물건을 들였다면 안 보이는 곳에라도 수납하자’가 저의 두 번째 지론이었는데 말이죠.

금새 엉망이 되는 옷가지와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은 옷방에 숨기고 조용히 문을 닫아두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저 커다란 기계들은 거실과 서재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습니다. 특히 큰 의자의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아무래도 논현동에 있는 단골 소품가게에 가서 예전부터 봐왔던 예쁜 담요를 사야 할 것 같습니다. 의자를 다 덮을 만큼 충분히 큰 물건입니다.

발 마사지 기계는 비교적 관리하기 쉽습니다. 거실에 꺼내두고 전선을 소파 밑으로 숨겨놨습니다. 둥그런 거실 테이블 아래에 두고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때 발을 기계 안에 쏙 넣어둡니다. 원고를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제 발 마사지 기계는 열심히 일을 하는 중입니다. 이 기계는 그럭저럭 눈에 띄지 않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사를 가면 창밖에 푸른 식물이 보이는 작은 방에 이 안마기 세트를 놓고 플로어 스탠드와 작은 책장을 배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안마기를 덮을 예쁜 담요도 함께요.

공간디렉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