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삭제하고 댓글 기능 폐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용 개헌안이 통과되자 이를 비판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에 의해 대부분 곧바로 삭제됐다. 관영매체는 아예 자신들 입장에서 불손한 내용의 글을 막기 위해 댓글 기능을 폐쇄하기도 했다.
웨이보(微博)를 비롯한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지난 11일 국가주석 연임 제한 규정 삭제 등을 담은 헌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종신 절대권력자 위치에 오른 시 주석과 관련, 밈(memeㆍ인터넷상의 재미있는 이미지)이 넘쳐났다. 왕관을 쓴 곰돌이 푸 사진이 다시 돌아다니는가 하면 시 주석을 교황에 비유한 사진을 올리면서 “우리의 구세주로 찬양하라”는 문구를 넣은 경우도 있었다. 또 시 주석을 영화 ‘람보’주인공 사진과 합성해 ‘시람보’라는 제목을 단 사진도 게재됐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을 동서남북에 배치함으로써 시 주석을 독재자로 비판하는 사진, ‘마오진핑’ 또는 ‘시쩌둥’이라는 제목으로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을 닮아가는 과정을 형상화한 밈 등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밈은 거의 대부분 곧바로 삭제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헌법 개정안이 전체 인민의 압도적인 열망 속에 통과됐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정부는 관련 기사에 달린 비판 댓글을 삭제하면서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데 바빴다. 한 네티즌은 “일부러 틀린 글자를 썼는데도 찾아서 지웠더라”며 어이없어 했고, 다른 네티즌은 “매일 아침 헌법을 읽으며 애국심을 키우자고 썼더니 인기 댓글이 됐더라”고 혀를 찼다. 웨이보 등을 통해 전달된 관영매체들의 일부 기사에는 아예 댓글을 달 수 없게 하거나 기존 댓글을 볼 수 없게 조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 외교소식통은 “별다른 논란거리가 없었던 2004년 4차 개헌안 표결에서도 반대가 10표 나왔는데 이번엔 단 2표에 불과했다”면서 “중국 지도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명분으로 비판여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젊은 네티즌들의 반발심을 더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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