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ㆍ64) 중국 국가주석이 현대판ㆍ공산주의 ‘황제의 길’에 들어섰다.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이미 당ㆍ군ㆍ정 주요 요직에 시자쥔(習家軍ㆍ시진핑 측근세력)을 전면 포진시켰다. 오는 11일 ‘시진핑 사상’이 명기되고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를 담은 개헌안이 통과되면 그는 종신 절대권력자로 등극한다.
반부패 드라이브로 상하이방ㆍ공청단 궤멸
언제부터인가 중국의 파워그룹은 시자쥔 일색이다. 과거 30년 가까이 권력을 양분해온 상하이방(上海幇)과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은 지난 5년간 시 주석이 끊임없이 휘둘러온 반부패ㆍ사정 칼날에 기반이 사실상 와해됐다. 실제 대표적인 부패 호랑이(고위관료) 6인방 중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궈보슝(郭伯雄)ㆍ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 4명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정치적 기반인 상하이방 인사들이다. 또 링지화(令計劃) 전 중앙판공청 주임과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서기는 후진타오(湖錦濤) 전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배출한 공청단의 대표주자다.
이들 6인방의 축출은 사실상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도모해온 과정의 단면이기도 하다. 저우 상무위원과 보 서기는 유력한 시 주석의 정치적 경쟁자였고, 궈 부주석과 쉬 부주석은 중국 공산당 권력의 핵심이랄 수 있는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링 전 주임에 대한 처벌은 재벌을 향한 경고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고, 쑨 전 서기를 내친 데에는 차기 권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투영돼 있다.
시진핑 측근세력, 黨ㆍ軍ㆍ政 전면 포진
태자당(혁명원로 자제 그룹) 출신인 시 주석은 상하이방과 공청단 사이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어부지리로 권력을 잡은 측면이 적지 않지만 주도면밀하게 시자쥔 그룹을 키워냈다. 그 중심에는 평생 동지인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있다. 그는 시진핑 1기 5년간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하며 시 주석의 권력기반을 닦은 시자쥔의 좌장이다. 7상8하(七上八下ㆍ67세 유임, 68세 퇴임) 불문율에 따라 지난해 퇴진했지만 이번에 국가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해 시 주석의 외교정책을 총괄 지휘할 예정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에 내정된 리잔수(栗戰書) 상무위원과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류허(劉鶴) 중앙판공청 주임은 각각 당과 정부에서 시 주석의 의중을 관철시키는 핵심라인이다. 리 상무위원은 시 주석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꿰뚫는 최측근 인사이고, 류 주임은 시진핑 경제정책 즉 ‘시코노믹스’의 설계자로 리 총리를 대신해 경제정책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당 중앙조직부장으로서 왕 전 서기가 제거한 정적들 자리에 시자쥔을 채워 넣었던 자오러지(趙樂際) 기율검사위 서기는 사정 칼날을 물려받았고, 왕후닝(王滬寧) 상무위원은 시진핑 사상의 입안자다.
차기 최고지도부를 노리는 정치국 위원 25명 가운데에도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 등 절반이 넘는 14명이 시자쥔으로 채워졌고, 중앙군사위도 쉬치량(許其亮)ㆍ장유샤(張又俠) 부주석 등 시자쥔 일색이다. 차세대 주자인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를 포함해 베이징(北京)시ㆍ상하이(上海)시ㆍ광둥(廣東)성 등 5대 지방도시 1인자가 모두 시자쥔이다. 국가안전부와 국방부 등 핵심 정부 부처 수장에도 예외없이 시자쥔이 오를 전망이다.
개헌안 통과 11일은 ‘시진핑 황제’ 대관식 날
5일 개막하는 전인대는 사실상 시 주석의 황제 등극을 공식화하는 계기다. 오는 11일 시 주석 이름 석자가 명기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헌법 전문에 반영되고 국가주석과 부주석 임기를 연임(최장 10년)으로 제한한 규정이 삭제되고 나면 시 주석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종신 절대권력자의 지위를 얻게 된다. 그의 나이가 80대에 접어드는 2030년 후반까지 집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헌안이 공개된 뒤 안팎의 거센 반발을 의식하는 듯했던 중국 지도부는 개헌의 당위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개헌안 통과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다. 언론ㆍ사상 통제가 확실한 중국 사회의 특성상 전인대에선 거의 만장일치로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11일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이 누린 종신권력자의 위치에 오르지만 중화민족의 영웅이 되는 길과 독재자로 전락할 가능성을 모두 마주하게 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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