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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잡는 과학] 2015년부터 필리핀에 수사팀 8회 파견

입력
2017.08.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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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밭 사건은 다섯번째

과학수사 요원도 단기 파견

한인 사건 담당 경찰 현지 상주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당시 앙헬레스에서 파견돼 수사와 현장감식 등을 진행했던 정백근(왼쪽) 국제범죄수사5대 팀장과 김진수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위. 배우한 기자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당시 앙헬레스에서 파견돼 수사와 현장감식 등을 진행했던 정백근(왼쪽) 국제범죄수사5대 팀장과 김진수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위. 배우한 기자

2012년 5월 첫 ‘코리안데스크’ 서승환(40) 경정이 필리핀 마닐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인이 매년 10명 정도 피살될 정도로 치안 상황이 좋지 않은 필리핀에 한국인 사건 담당 경찰을 아예 상주시키겠다는 목적. 이후 교민 치안 수요는 증가했고, 2015년부터는 부족한 현지 과학수사를 보완하기 위해 현장감식 전문가 등 과학수사요원 단기 파견도 시작됐다. 총 8회에 걸쳐 수사팀이 파견됐으며, 이번 앙헬레스 사탕수수밭 사건은 다섯 번째다.

김진수(47)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위 등 경찰 세 명과 총기 전문가 한 명이 파견됐던 첫 번째 사건은 2015년 12월 20일 살인 사건이었다. 조모(당시 57)씨는 바탕가스주 말바르에 있는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 이튿날 현지에 도착한 수사팀은 현장 재감식 등을 통해 탄피 두 개와 실탄을 발견해 분석했고, 인근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정해 용의 차량을 특정하는 성과를 냈다. 모두 현지 경찰들이 놓친 결정적 증거였다.

지난해 5월 20일에는 수도 마닐라에서 선교사 심모(당시 57)씨가 괴한이 휘두른 가스통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현장감식 및 CCTV 전문가 두 명이 파견됐다. 필리핀 경찰과 공조 수사를 통해 범행 현장 인근에서 피 묻은 셔츠를 발견했고, CCTV를 분석해 이웃 주민이던 범인 E(25)씨를 특정해 자백을 받아냈다. 이번 앙헬레스 사탕수수밭 사건도 국내 전문가들이 파견되지 않았다면 미제에 빠질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한계는 명확하다. 총 8번 파견 사건 중 실제 범인 검거에 성공한 것은 세 건뿐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밖에 없는 현실, 증거를 확보해도 제대로 수사가 안 되는 현지 경찰 시스템 문제가 발목을 붙잡는다. 예컨대 필리핀은 7,100여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살인 사건 등을 저지른 강력범 검거비율은 10%도 안 된다.

지금까지 5번 해외 파견 경험을 가진 김진수 경위는 “각 국가 당국 협조가 가장 중요한데, 그나마 필리핀에는 코리안데스크가 있어 나은 편”이라며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현장이나 시신에 접근조차 못하게 해 곤란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한정된 시간 안에 증거를 하나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해외 현장감식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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