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인력 감축과 휴업은 물론 철수까지 나선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사세 확장을 위해 필수 연결고리로 여겨졌던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당장 이마트가 중국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달 31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스사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이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며 “현지에서 운영 중인 6개의 매장의 철수 시기는 각각 사정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 때 30개까지 늘렸던 이마트는 이로써 20년 만에 현지 사업을 접게 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중국 롯데마트 상황도 최악이다. 현지에서 99개 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마트 매장 가운데 74개 점포는 중국 당국의 소방점검에 따른 강제 영업정지로 개점 휴업 상태다. 현지 사업 철수나 매각은 계획에 없다는 게 롯데마트측의 입장이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삼성전자 또한 중국 시장에선 열세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의 출하량은 토종업체들의 공세 속에 350만대에 그쳤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60%나 급감한 수치로, 현지 점유율에서도 3.3%에 머무르면서 6위로 밀려났다.
현대차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창저우공장은 지난 3월말부터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생산라인 점검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판매량 감소에 따른 조치라는 게 업계 안팎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지난 3월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5만6,026대로 전년동월대비 44.3% 줄었다.
이 밖에도 한류 바람에 힘입어 방송 프로그램 판권 등을 내세워 중국 시장에서 영역 확장에 나섰던 CJ E&M 역시 최근 현지 법인 인력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내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부진은 통계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北京) 사무소 등과 함께 중국에 진출한 218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시황 경기실사지수(BSI)는 전분기 대비 8포인트 하락한 80을 기록했다. BSI는 기업들의 체감 경기 상황을 지수화 시킨 것으로,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긍정적이지만 밑돌면 부정적이란 의미다. 기업들은 특히 ‘현지수요 부진’(27.5%)을 가장 심각한 경영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어 ‘경쟁심화’(21.6%),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20.3%), ‘수출부진’(14.0%), ‘자금부족’(6.3%), ‘현지 정부 규제’(5.4%), ‘원자재 조달난 및 가격상승’(2.7%), ‘계절적 요인’(1.8%), ‘없슴’(0.4%)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의 부진 원인을 변화된 환경에 따른 적절한 대응 전략 부재에서 찾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와 달리 여가나 서비스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달라진 현지 고객들의 소비 행태는 물론 중국 토종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높아진 인건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분석에서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 산업연구부 연구원은 “이젠 중국 시장도 파격적인 혁신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 전략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며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는 중국 현지 시장을 정조준한 맞춤형 전략만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고 조언했다. 허재경 기자 r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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