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님께.
저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중인 서른 살 청년입니다. 학교 다닐 땐 성소수자 권리증진을 위해 활동했고, 한국에 돌아와선 탈북민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니, 나름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투표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당선확률이 없었음에도 제 표를 유 후보에게 던진 건, 보다 강력한 안보와 합리적 경제개혁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요즘 ‘달빛정책’으로 불리는 대통령님의 대북정책을 선뜻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의 끊임없는 돌발행동과 위협을 보면서 경제지원이나 대화로는 핵 폭주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7, 8년 전쯤 한 정치학 교수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은 미국을 상대하기에 가장 좋은 카드인 북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북한은 그래서 더 위험한 집단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군복무기간 단축도 말씀하셨는데요. 군입대를 앞둔 청년들과 부모들은 환영하겠지만, 저는 현 시점에서 군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은 기본적으로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논란이 있는 사드 배치에 제가 찬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건 우리가 미국의 ‘속국’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며,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는 국가로서 강력한 안보를 위한 현실적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이번엔 취업 준비생으로서 몇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다 돌아온 저에게 한국의 취업시장은 굉장히 기형적으로 보였습니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곳,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면 된다’는 마음으로 공부하던 미국 친구들과 달리, 한국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대기업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이 행복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요.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말씀처럼 정부가 앞장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당장은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워낙 민간에서 일자리 창출이 안되니까 정부라도 나서서 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는 결코 청년들의 꿈과 열정과 일자리를 키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창업을 장려해서 그곳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취임사에서 대통령님께서는 “저를 뽑지 않은 국민도 저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이제 그 말에 제 믿음을 걸어보려 합니다. 비록 다른 후보를 찍었지만 임기가 끝날 때에는 대통령님의 열혈 지지자가 될 수 있도록 안보가 튼튼한 나라, 청년들이 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 <30ㆍ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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