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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 4차 산업혁명 공약도 ‘설익은 상태’

입력
2017.02.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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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청사진 없어

아직 손에 잡힐 듯한 변화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대선 주자들 모두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낼 파고가 교육ㆍ복지ㆍ일자리ㆍ기술 개발 등 사회 전반으로 뻗어나갈 것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 후보들 마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공약들을 하나 둘씩 꺼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공부가 덜 됐다”는 평을 내놓는다.

최근 인텔 전 수석매니저를 캠프로 영입하며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주창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와 함께, 사물인터넷망 구축,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설립 등 대선 후보 중 정부의 역할을 유난히 강조한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정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한다”라며 “하지만 새로운 인재상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는 교사 1만명을 양성한다거나, 부처를 새로 만들어 공무원이 설계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정책을 ‘박정희식 패러다임’이라며 비판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동력으로 교육 개혁을 꼽는다. 교육부를 폐지하고 각계에서 교육 정책을 논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고, 현행 학제를 5년(초등학교)-5년(중ㆍ고등학교)-2년(진로탐색 또는 직업학교)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내놨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인재를 육성할 교육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좋다”라면서 “진로 탐색에 적합하지 않은 수능체제에 대한 개편 등 질적 변화보다 학제 개편이라는 급진적인 형식의 변화를 강조한 점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실업의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제(1인당 130만원)도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민 교수는 “장기적인 사회 안전망 구축을 제시한 점은 좋지만 재원 문제 등 위험요소가 많은 기본소득제보다 구조적으로 노동 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안희정 충남지사는 민간 위주의 혁신을 위한 정부 지원과 미래 인재양성을,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창업생태계 조성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청사진은 아직 내놓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대선이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보다 세밀한 분석과 함께 구체적인 정책을 보여줄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는 “정부가 주도해야만 가능한 산업의 규제철폐 등에 대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경배 교수는 “구체적 내용 없이 단순히 기구를 만들고 예산을 채우겠다는 것만큼 무책임한 공약이 없다”며 “4차 산업혁명을 대선 마케팅용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술발전의 진화단계로 인식하고 먼 미래까지 이어질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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