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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음료ㆍ우유는 왜 매장 맨 안쪽에 진열할까

입력
2017.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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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마케팅 등에 활용

고객이 냉장고로 이동할 때까지

다른 상품 둘러보게 하려는 의도

CU 편의점 직원이 진열대 앞에서 물량을 체크하면서 자동으로 들어간 발주량을 확인하고 있다. CU 제공
CU 편의점 직원이 진열대 앞에서 물량을 체크하면서 자동으로 들어간 발주량을 확인하고 있다. CU 제공

편의점에서 우유와 음료가 매장 맨 안쪽에 진열돼 있는 이유는 뭘까.

답은 빅데이터에 있다. 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매장 진열에도 빅데이터가 숨어 있다. 통상 20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 취급 품목 수만 3,000개에 달하는 편의점은 스마트한 매장 진열이 핵심 경쟁력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상권별 상품 매출 흐름과 회전율, 해당 점포의 진열대 수와 크기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진열 지도’를 무려 5,500여개나 작성해 활용하고 있다. 음료와 우유를 매장의 가장 안쪽에 진열하는 것은 담배를 제외하면 매출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 수요가 큰 만큼 동선을 길게 해 고객이 맨 안쪽 냉장고로 이동할 때까지 다른 상품들도 둘러볼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다. 현금지급기(ATM)를 가급적 매장 안쪽에 두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계절에 따라 진열 위치가 바뀌기도 한다. 초콜릿과 사탕이 대표적이다. 초콜릿은 겨울철에 매출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사탕은 봄과 여름에 잘 팔리고 11월을 기점으로 매출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날씨가 추워지면 초콜릿을 진열대 상단에, 사탕은 그 아래에 배치한다. 여름에는 위치가 반대가 된다.

물건 주문도 이젠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한다. CU는 가맹점주 대신 컴퓨터가 주문하는 ‘스마트발주’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과거에는 가맹점주의 직관에 따라 물건을 발주했지만 이제는 점포별 판매 데이터에 따라 평일과 주말 매출부터 실시간 재고량까지 분석한 뒤 자동 발주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CU는 1년간 관련 기술 연구ㆍ개발에 5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공급망관리연구실의 자문을 통해 정보 분석력과 정확도도 높였다. 어떤 상품을 빼고 넣을 지도 빅데이터가 알려준다. 발주 시간을 줄이고, 매출 향상에도 도움이 돼 가맹점주의 만족도가 높다.

빅데이터는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5년 용량(60㎖)을 5배 가까이 늘린 280㎖ 요구르트 제품을 선보였다. 젊은 여성층 위주로 요구르트를 한 번에 여러 개 구매한다는 구매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인터넷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어린 시절 요구르트를 얼려 먹었다’는 언급이 늘자 이에 착안해 ‘얼려 먹는 야쿠르트’도 출시했다.

품귀현상을 빚었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도 10,20대 여성들이 단맛과 버터향을 좋아한다는 빅데이터에 따라 탄생한 제품이다. 짭짤한 맛만 있던 감자칩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GS25의 ‘스윙칩 오모리김치찌개맛’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발된 이색 감자스낵이다. GS25의 고객분석팀과 가공식품팀은 판매 데이터에서 라면 중 가장 잘 팔리는 게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이고, 감자스낵을 구매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20대 여성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내놓은 게 ‘스윙칩 오모리김치찌개맛’이다.

SPC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2012년부터 업계 최초로 날씨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이른바 ‘날씨판매지수’에 따라 빵을 판매하고 있다. 기상관측소를 기준으로 전국을 169개 지역으로 나눠 해당 지역 매장의 과거 5년간 판매 내역과 날씨에 따른 판매 추이를 분석한 지표다. 27도 이상 날씨에는 샌드위치가 많이 판매되고, 비가 오는 20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에는 기름기가 많은 조리빵(피자빵, 소시지빵 등)이 잘 팔린다. 판매량을 미리 예측하고 주문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재고 부담은 크게 줄었다.

박준용 BGF리테일 트렌드분석팀장은 “고객층이 매우 세분화돼 있고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고객의 구매 패턴을 읽는 눈이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판매 데이터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맞춤형 마케팅을 펴, 고객 편의를 돕고 점포 수익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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