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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위해선 때론 변화와 반항이 필요

입력
2016.10.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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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아바나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시민.
쿠바 아바나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시민.

쿠바는 교육비도 무료이고, 병원비도 무료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만난 리카도는 정부는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가장 중요시하는데 쿠바 학교에서는 사회주의 체제 사상을 심어주기 위하여 어릴 적부터 교육을 공공문제로 삼는다고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쿠바 역사는 대부분 사회주의 체제와 관련된 것으로,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등의 활동과 업적을 가르친다고 한다.

아바나의 학교 풍경.
아바나의 학교 풍경.

어느 날 여행객이 없는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른이 길을 걷는데 청년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와서 부축했고, 누군가 짐이 많아 보이면 금세 누군가 다가와 함께 들어준다. 즉 서로서로 챙겨주고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있다.

리카도는 쿠바 사람들이 1990년대 초반에 함께 힘든 시절을 버텨왔다는 공감대가 있어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크다고 한다. 다만 사실 사람들의 표정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눈이 마주치면 사람들은 온화한 표정을 짓고, 아이들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살아 있지만 조금은 풀이 죽어 있는 듯하다.

버스는 부족해서 항상 만원이지만 택시는 가격이 비싸 사실상 관광객들용일 뿐이다. 좋은 호텔과 값비싼 레스토랑은 관광객들이나 갈수 있는 곳이다. 물질 못지 않게 정신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아는 그들이지만 숱하게 오고 가는 여행객들과 미디어가 이들을 변화시킨 걸까? 아니면 혁명의 수명이 다해버린 건 아닐까?

낡아버린 이곳을 어느새 관광객들이 점령해 버렸고 어디에 돈이 있는지 아는 젊은 친구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여행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쿠바인들의 눈빛은 이미 변했다. 그러나 여행객들의 스팟을 조금만 벗어나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 진짜 쿠바인들을 만나면 그들의 얼굴에는 사심 없는 눈빛과 넓은 인심 등 지난 우리가 고스란히 잃어버린 시간을 만날 수 있다.

어느 날 길에서 재활용품을 주우시는 할머니를 뵈었다. 1CUP(쿠바페소, 한국 돈으로 50원이 안됨)짜리 커피를 마시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반갑게 인사하시는 그런 할머니를 보노라면 어릴 적 할머니가 생각나 금새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만히 손을 잡고 싶어진다.

루이스.
루이스.

쿠바인들은 아바나 골목 어디서든 길을 걸으면 '올라! 아미고!'라 따뜻하게 반긴다. 아바나에 도착한 첫날 어리둥절하게 서있는 내게 자연스럽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루이스(35)를 만났다. 아바나의 시가공장에서 일을 한단다.

토미의 응접실에서.
토미의 응접실에서.

내 손을 잡고 자기가 아는 유명한 사람이 있다 하며 나를 끌고 간 곳은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영화 토미의 주인공인 토미의 집이자 영화의 배경이었던 토미의 응접실. 그곳에서 토미를 만났다. 이제는 퇴임한 쿠바국립발레단의 유명한 발레댄서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 “한국에서 왔어요”라고 하니 편찮은데도 반갑게 맞아주신다.

영화 속 그는 ‘사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나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이 그를 스스로 고립시킨 걸까? 고민하던 찰나 어느새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루이스가 어느 샌가 후다닥 뛰어가 우산을 가져다 준다.

루이스는 시가공장에서 일한다고 하는데 일자리를 잃어서 힘든 시기를 겪었었다고 한다. 루이스가 쿠바의 지난 시절을 얘기했다.

루이스 :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굶어 죽을까봐 걱정하던 시기도 있었어. 그래도 뭐 어떻게 해. 손 놓고 굶을 수도 없고 뭘 해서든 돈을 벌어야지. 그래야 또 삶을 살아가지.

쿠바는 1961년 미국과의 국교단절 이후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와 다른 중남미 국가와의 국교단절로 큰 어려움을 겪었었다고 한다.

욘.
욘.

아바나 길을 걷는 중 아바나 의대에 재학중이라는 욘(21)을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 왔다니 “한국은 야구가 최고지”라고 하며 한국을 치켜 세운다. 그가 말하는 쿠바의 현재는 무엇일까?

욘 : 그래도 우리 쿠바인들은 감사해. 이렇게라도 살고 있으니.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 서로간에 빼앗으려 했다면 쿠바는 오래 전에 사라졌을 거야. 사실 우리들은 어려서부터 저항하는걸 배웠어. 지금 쿠바는 또 다른 저항,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거야. 자유시장, 지방분권화 등 잘될거라 생각하고 나는 내 조국이 자랑스러워.

다니엘.
다니엘.

숙박업을 하는 다니엘(30)과 현재 쿠바의 변화에 대하여 얘기를 나눴다.

다니엘 : 나는 변화를 믿어. 정부에서 8 ~12시간을 일하고 받는 월급이 20~25쿡 정도 되거든. 그래서 나는 사실상 학위를 받았지만 여행객들 상대로 하는 숙박업종에서 일해. 소득이 더 많거든. 제1차 혁명 당시 쿠바는 굉장히 좋았어. 다만 그 후 소련이 붕괴되면서 미국이 모든걸 봉쇄했어. 그 당시 큰 위기였지. 그리고 그 후 50년 동안 변화는 없었지.

김뻡 : 변화를 원치 않는 사람들도 있잖아?

다니엘 : 젊은 사람들 생각은 달라. 어느 나라든지 어차피 어른들은 변화를 원치 않잖아. 지금 사실 정부가 너무 문제야. 그리고 쿠바는 돈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아닌데 있는 사람들이 우리랑 다르게 사는걸 보면서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내가 부자를 원한다기보다 좀 더 많은 물질적인 것들, 즉 선택의 다양성을 원하는 거지. 인간이 기본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조금 더 필요한 그러한 것들을 원하는 거지.

루드.
루드.

쿠바의 소도시 산타클라라에서 만난 의사 루드(30)에게 변화에 대하여 물었다.

루드 : 여기는 아바나랑은 또 달라. 쿠바가 요즘 변화의 과도기에 있지만 나는 잘 모르겠어.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는 농사를 지으며 자연 속에서 평안히 잠들 수 있거든. 여기 사람들은 땅을 일구고 남의 것을 탐내지 않으면서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거든.

루드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970~80년대처럼 농촌에서 도시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는 것도 고민이라고 한다. 지금껏 행복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인 공동체간 유대감이 약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리카도와 피노.
리카도와 피노.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여행사 직원으로 일하는 리카도(21)와 가게를 운영하는 피노(40)를 만났다. 피노는 쿠바여성과 결혼한지 10년이 됐다고 한다.

피노 : 쿠바가 많이 변했어. 그때는 택시도 없었고 지금은 미국 국기도 보이고 너무 많이 변했지.

김뻡 : 쿠바 사람들은 왜 행복해 보일까?

리카도 : 내 생각에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이야. 쿠바는 인근 국가와 비교해도 사람들과 부대꼈을 때 느낄 수 있는 남다른 정서가 있어.

리카도와는 쿠바 현제도의 문제점과 변화에 대하여 얘기를 나눴다.

리카도 : 시스템이 변화해야 해. 배급카드가 있어. 오래 전부터 있던 건데 이걸로 우리는 매일매일 배급을 받지. 이걸 보면 매일 하루에 빵 하나 이런 식인데 몇 십 년 동안 매일매일 빵 하나 받으러 배급소에 간다는 게 너무도 웃기지. 우리는 지금 프리마켓을 원해. 너무 낡은 제도지.

김뻡 : 세금은 어떤식으로 내는거야?

리카도 : 우리는 전기세와 집세만 내. 내가 한달에 30쿡 정도 버니까 전기세와 집세로 약 20쿡을 지불하고 있어. 사실 먹고 살기 힘들지.

김뻡 : 현 시스템에 대해 불만이 많구나.

리카도 : 사회주의는 현재 너무도 작은 사회야. 카스트로 정부는 너무 올드한 정부였어. 현정부도 마찬가지고. 우리들의 공동체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는 거지. 쿠바는 현재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때야.

태풍 매튜가 쿠바 동부 연안에 상륙하면서 관타나모 주민들도 학교와 교회 등으로 몸을 피하거나 이곳 산티아고 데 쿠바의 임시 대피소로 와있었다.

리카도에 따르면 파나쿠아에서 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어느새 그는 나를 봉사활동 하는 곳으로 끌고 갔다. 밤에 파니쿠아로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새벽에 돌아왔다.

쿠바 사람들에게는 순박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뭔가 다른 매력이 있었다.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쿠바 사람들은 행복했으나 조금 불만이 있어 보였다. 그것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더 잘 살고 싶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우리와 같으니 어쩌면 계속되는 물질적 결핍이 그들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쿠바 여행이 끝나갈 즈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그들이 지키기 위해 선택한 것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 변화를 갈망하는 그런 소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혁명이 끝난 지도 이제 40여 년, 그래도 혁명은 잘 분배된 가난만이 아니라 더불어 잘살 수도 있다는 희망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 다다르자 어느새 낡아 버린 가난의 풍경 속 밝게 웃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체 게바라의 말을 빌리면 혹시 우리가 바라보고 목격하는 건 쿠바가 변하는 모습이 아닌 어쩌면 우리가 변화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변화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행복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까? 또 다른 쿠바!! 그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Hasta la victoria siempre)

배움 27 : 행복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변화와 반항이 필요하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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