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자유를 맛본 이집트 국민들은 언젠가 반드시 다시 일어선다.”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알려진 이집트 명문 아메리칸카이로대(AUC)의 라밥 엘 마흐디 사회학과 교수는 느닷없이 제2이집트 혁명을 꺼냈다. 그는 “이집트인들의 인내심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경제 실패가 명백해지는 순간 무자비한 탄압은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단호한 표정이었다.
지난달 16일 이집트 카이로 도심에서 만난 마흐디 교수는 스스로를 ‘좌파 여성주의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20년 전 민주화ㆍ노동 운동에 투신한 그는 수차례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반정부 투쟁을 지속하는 민주화 투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무바라크 정권에 이어 엘시시 정권에서도 그의 생활상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흐디 교수는 “4만여명이 감옥에 갇혀 있고 사람들이 수시로 실종되며 제2, 제3의 레제니가 발생하고 있다”고 이집트의 인권 상황을 요약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집트 언론들은 인권 탄압에 침묵하고 있고 외신들도 극히 소수만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전 세계가 북한의 인권 탄압을 ‘일상’으로 여기는 것처럼 이집트 상황에도 ‘익숙해’ 지는 것이 두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럼에도 엘시시 정권이 장기독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데다 인권 탄압은 필요 이상으로 무자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흐디 교수는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인 히틀러나 사담 후세인도 경제, 복지 등 최소한 한가지 성과는 달성했다”며 “70년대 군부독재 마인드를 가진 엘시시 정권의 국가 운영 능력은 대단히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탄압이 강해지는 것도 시민 반발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집트인들은 무바라크 30년 동안 한번도 저항을 하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2011년 혁명을 주도하고 자유를 맛본 새로운 세대들이 나타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카이로(이집트)=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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