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자선단체 행사들이 많아졌다. 지난 9월엔 혼자 사는 어르신들께 식사 대접을 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난치병 어린이 보호자를 돕는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관심을 갖지만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 간호하는 사람들도 환자 못지 않게 힘들고, 어떻게 보면 심적으로는 더 아플 수도 있는데 말이다.
10명의 셰프들이 각자 100인분의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한 후, 수익금으로 보호자를 돕는 형식의 이 행사에 나는 아주 흔쾌히 참여했다. 취지도 좋고 ‘쿡방’(쿡cook과 방송의 합성어)이 유행하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관심이나 사랑을 되돌려 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나뿐 아니라 참여 셰프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어떤 도시락을 만들까?’고민을 하다가 입꼬리가 올라갔다.
‘요즘은 요리로도 재능기부를 시대구나’, ‘배우 활동을 하는 나도 이제는 셰프라는 이름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구나’하는 생각에 은근히 자부심도 생겼다. 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사람 일이라는 건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다. 뭐든지 주어진 일,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들은 열심히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요즘 나의 화두인 ‘그물을 펼쳐라’라는 말을 한 번 더 되뇌이게 됐다. 낚싯대 하나만 놓고 고기를 잡는 것보다 그물을 사용해 여러 마리를 잡는 편이 낫다는 말이다. 덕분에 이렇게 보람된 일도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어떤 도시락이 좋을까?’ 메뉴 선택에 더 신중을 기했다. 일단 도시락이니 간편해야 하고, 어쩐지 학창시절이 떠오르니 동심을 일깨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고기와 계란이 소복이 올라가 있는 ‘소보로 에그 & 고기 덮밥’을 만들어 보자! 환자 보호자들이 도시락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시길 바란다. 힘내세요~
요리하는 배우
* 고기 덮밥
재료: 갈은 소고기 150g, 갈은 돼지고기 150g, 다진 파 1큰 술, 다진 마늘 1/2큰 술, 다진생강 1작은 술, 굵게 다진 양파 2큰 술, 굵게 다진 홍파프리카 2큰 술, 굵게 다진 오이 4큰 술, 간장 1과 1/2큰 술, 설탕 1/2큰 술,매실액 1/2큰 술, 굴소스 1작은 술, 참기름 1/2큰 술, 소금 약간, 후추, 밥
만드는 법
1. 달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다진 파, 마늘, 생강을 넣고 향을 제거한다.
2. 1의 재료가 어느 정도 볶아졌으면 양파를 넣고 볶다가 투명해지면 갈은 돼지, 소고기를 분량의 반만 먼저 넣고 3분 정도 볶다가 나머지 반을 넣고 소금, 후추를 뿌리고 볶는다.
3. 고기가 갈색이 나며 잘 볶아졌으면 고기를 한쪽으로 밀고 나머지 양념을 넣어 물이 안 생길 때까지 볶는다.
4. 3에 다진 파프리카, 오이를 넣고 30초 정도 볶다가 불을 끈다. 참기름을 넣고 섞어서 밥에 덮는다.
* 소보로 에그덮밥
재료(2인분): 계란 3개, 설탕 1큰 술, 소금 약간, 참치캔 1개, 다진 파 1큰 술, 밥
만드는 법
1. 냄비에 계란과 설탕 넣고 잘 섞는다. 중간 불에서 젓가락 5~6개로 저으며 익힌다.
2. 계란이 살짝 굳기 시작하면 냄비를 불에서 내려 계란을 재빨리 젓는다.
3. 2를 약불에 올려 다시 저으면서 볶는다.
4. 2-3을 수회 반복해 계란이 덩어리가 되면 소보로 에그 완성.
5. 팬에 밥과 참치를 넣고 볶다가 다진 파를 넣고 다시 2분 정도 볶은 후 그릇에 참치 볶음밥을 깔고 위에 소보로 에그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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