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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서 새어 나오는 음악도… 옆 사람에겐 '굉음 스트레스'

입력
2015.07.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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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거주자 88% 층간소음으로 고통 경험, 절반 이상은 이웃과 다툼까지

오토바이·스포츠카 폭주족, 주택가 상권 요란한 호객 행위, 익명성에 기댄 무의식적 소음들

짜증·불면 등 삶까지 피폐하게

층간 소음 갈등은 폭력, 살인 등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진은 2013년 11월 서울 영천구 목동 한 다가구주택이 주민들 간 층간 소음 다툼 끝에 방화로 새까맣게 타 버린 모습. 연합뉴스
층간 소음 갈등은 폭력, 살인 등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진은 2013년 11월 서울 영천구 목동 한 다가구주택이 주민들 간 층간 소음 다툼 끝에 방화로 새까맣게 타 버린 모습. 연합뉴스

#. 5호선 지하철로 서울 강동지역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주모(38)씨. 팍팍한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주씨에게 왕복 2시간 남짓한 이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책을 읽거나 보고서 등 회사 서류를 챙기기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하기도 하고, 또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하루 중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간은 종종 참기 힘든 소음으로 방해를 받는다. 옆자리에 앉아서 큰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는 승객 때문에 신경이 거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하철에 타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1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통화를 하는 탓에 하마터면 큰 싸움이 날 뻔도 했다.

더 참기 힘든 건 이어폰 밖으로 새나오는 요란한 음악소리다. 옆 사람의 대화보다 더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주씨는 “신경이 예민한 탓도 있겠지만 사방에서 전해지는 이어폰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며 “심지어 이어폰 속 음악을 따라 크게 흥얼거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 서울 구의동 한 아파트에 사는 한모(43)씨는 극심한 소음 스트레스로 요즘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발단이 된 건 올 초 이사 온 윗집과의 층간소음 갈등. 10살, 7살 두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쿵쾅댈 때마다 얼굴이 후끈거리고 심장이 요동치는 불안함을 느낀다. 처음에는 “한창 왕성한 아이들이니 이해해 달라“ “주의시키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라도 하더니, 거실과 아이 방에 소음 방지 매트 한 장씩을 깐 뒤부터는 미안한 기색조차 없다. “소음방지매트까지 깔았으면 됐지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아침 저녁으로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지만, 한씨의 소음 민감도는 점점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한씨는 “이사를 가는 걸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며 “윗집 스트레스 때문에 요즘엔 옆에서 누가 기침을 해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기 때문에 소음이 없는 곳을 찾을 수 있을지조차 걱정”이라고 말했다.

생활 속 소음이 사회는 물론 개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있다. 사회 속 ‘익명성’에 기댄 개인들이 남을 의식하지 않고 빚어내는 각종 소음에 개인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다.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층간소음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2012년 콜센터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상담한 건수는 총 7,021건. 불과 2년만인 지난해에는 1만6,37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층간소음은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거주자 대다수인 88%(국민권익위원회 3,040명 설문 결과)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고통’이 됐다.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경험한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4%)은 이웃과 다툰 적이 있고, 몸싸움으로 번진 경우도 이중 3%에 달했을 정도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위 아랫집이 서로 만나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방음매트를 어떤 위치에 까는 게 좋은지 상세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를 먼저 생각하게 되어 갈등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나 스포츠카 폭주족들이 내는 소음은 상대방을 특정할 방법조차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사는 김모(45)씨는 오토바이 소음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잦다. 아파트가 도로 앞에 있다 보니 창문을 닫아도 굉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아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다. 김씨는 “경찰에 신고를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사소한 배려 부족이 낳는 소음도 곳곳에 널려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이어폰 소음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엘리베이터, 도서관 등 닫힌 공간에서 퍼져 나오는 이어폰 소음은 견디기 쉽지 않다. 정작 당사자는 주변의 불편을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뿐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용히 해 달라’는 공지문이 버젓이 붙어있는 도서관에서 어린 자녀들이 시끄럽게 뛰어 노는데도 그냥 내버려두는 부모도 적지 않고, 방음벽 설치도 없이 한 밤 중에 피아노를 치는 아파트 주민들도 있다. 이른 새벽 일자 주차한 차량 때문에 자신의 승용차를 뺄 수 없다며 아파트 전체가 울리도록 크랙션을 울려대는 운전자들도 있고, 차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음악을 크게 틀고 운전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택가 상권에서의 요란한 호객행위도 견디기 힘든 소음이다. 서울 잠실에 사는 김모(43)씨는 “집 근처 이동통신 대리점은 하루 종일 큰 음악을 틀어놓고 호객행위를 한다”며 “신경에 몹시 거슬린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층간소음을 비롯한 생활소음을 이미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및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아파트에서 소음을 일으키면 관리사무소에서 3회 이상 경고하고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강제 퇴거시킨다. 호주의 경우 아파트 계약 시 소음에 관한 규제 사항이 명시돼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음도 공해라고 인식해 파티 등 주변에 피해를 주는 소음이 발생할 경우 신고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열차 일부에 ‘소음제한 칸’을 만들어 전자기기 볼륨을 낮추고 휴대폰 사용을 금지토록 하는 등 생활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또 독일과 영국 등에서는 일정 기준 이상으로 소음을 발생시킬 경우 많게는 수백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어려서부터 타인에 대한 배려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배명진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소리를 낸 사람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피해자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입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여선애 인턴기자(서강대 프랑스문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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