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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맛 나는 다른나라 민속음악, 들어보실래요?"

입력
2015.02.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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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사가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월드 뮤직’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트럼페터 돈 체리다. 혁명적인 프리 재즈의 태동기인 1960년대 초 그 비조 오네트 콜먼의 동지로서 중국과 티베트, 발리 등의 악기를 배우던 별난 연주자다. 당시 그가 자신을 가리켜 했던 선언적 말이 “나는 월드 뮤지션”이었다.

이후 월드 뮤직은 상업적으로 오ㆍ남용되면서 “지구촌의 셀프 서비스 음악 숍을 약탈하는 식민주의”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다. 사실 월드 뮤지션이랍시며 대자본의 음반사에 얹혀 먹성 좋게 음악 상품을 양산하는 몇몇 ‘월드 뮤지션’을 보면 그 같은 말이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감을 제공하는 음악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축복이다.

‘칸토 안티고(Canto Antigo)’. 오래된 노래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다. 이 단어에는 유럽에서 최초로 동서양 해양 교역로를 개척해 브라질, 아프리카, 중국, 인도 등지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착취를 통해 한때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포르투갈의 아련한 향수마저 배있는 듯 하다. 이른바 K 클래식의 선두 주자로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바이올린 주자 신지아가 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공연은 한국에서는 모처럼 접하는 월드 뮤직-물론 비상업적 의미에서-의 진수를 오롯이 길어 올리는 자리다.

익히 인정받은 그녀의 클래식이지만 이번에는 두 기타리스트가 빚어내는 열정과 우수의 선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전혀 다른 차원의 시정으로 거듭난다. 한국인 이성우(58)와 독일인 올리버 파르타쉬. 베를린예술대에서 만난 인연이 음반과 무대로 이어진 것이다.

공연 전 맛뵈기로 선보인 이들의 연주는 압도적이었다. 그 중심에 상업성이 넘보지 못할 정통성이 있었다. 월드 뮤직이라고 내세우지 않았기에 더 믿음직했고 파코 드 루치아가 울고 갈 엄청난 기교에서 정통의 힘이 느껴졌다. 더욱 반가운 것은 저류에 흐르는 재즈의 힘을 확인할 수 있어서였다.

“반주 부분에 즉흥성이 가미되죠.” 바로크 음악의 통주 저음 혹은 재즈의 워킹 베이스처럼 규칙적인 베이스 라인 위에 삼바 리듬을 타고 기타와 바이올린이 변주를 펼치는 ‘A Mulata’에서도 재즈적인 특성을 느낄 수 있다며 이성우씨가 한 말이다.

이번 콘서트는 민요로만 짰다. 잘 알려진 ‘Oh! Shenandoah’를 비롯해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의 민요들로 이뤄진 판이다. .”수록 연주곡들이 한국에서 낯선 것은 인기 장르에만 매달리는 기획사들의 좁은 비전 때문이기도 하죠.”

음반 ‘칸토 안티고’는 작곡자 없이 구전으로 전승된 음악의 생명력 그 자체로 완성된 음악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베를린에서 24년째 막역한 동지 사이로 있는 기타리스트 파르타쉬와의 앙상블을 고국에 펼치고 싶은 바램이다. “현대 재즈와도 통하는 바로크 음악을 발견할 기회가 될 거예요.”

그는 “현대 음악 시장에서 클래식 기타는 주류는 아니지만 견고한 마니아층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호주는 범국민적 호응에 힘입은 정부의 정책적 육성 덕에 200여 개의 기타 앙상블 페스티벌이 건재하는 등 생활 속에 안착해 있다.

40여 년 전 우연히 듣게 된 해리 벨라폰테의 보사노바 곡이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최초의 재즈다. 이어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들은 ‘As Time Goes By’로 재즈는 보다 큰 존재감을 갖게 됐다. 즉흥의 참 맛은 존 콜트레인과 마일스 데이비스가 협연한 ‘So What?’에서 알게 됐다. “독일은 프리 재즈의 강국입니다. 재즈 펍(Jazz Pub)에서 맥주를 마셔가며 라이브 재즈에 취한 독일 사람들, 어디에나 있죠.” 완전히 틀에서 벗어난 프리 재즈의 진미를 그가 알게 된 곳이기도 하다.

그의 클래식은 재즈와 둘이 아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선법(旋法)적 음악은 재즈에 그대로 적용되잖아요?” 규칙 안에서 자유를 최대한 누리는 선법 재즈(modal jazz)를 그는 그렇게 해석했다. “이번에 들려드릴 민요는 클래식적 작곡의 산물이지만 즉흥 변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새 차원의 재즈예요.”

그에게는 향후 파르타쉬와의 적극적 활동, 기타 음반 제작 등의 계획이 있다. “현대 작곡가들이 지은 이지 리스닝 곡집도 내볼까 해요.” 난해한 현대 음악도 충분히 즐길만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다. 재즈의 정신치고 상당히 개성적이다.

스물 한 살 때 클래식 기타를 처음 잡았던 그는 바로크의 통주 저음과 즉흥 기법에 시쳇말로 필이 꽂혔다. 같은 곡이라도 주자에 따라 다른 맛에 반했다. 베이스 라인을 기반으로 즉흥을 펼치는 재즈적 연주 방식은 물론 연주자의 개인적 특성을 강조하는 등 기본적 논리가 곧 재즈 어법의 골격이었던 것. 처음부터 재즈를 했던 것은 아니다.

취미 삼아 즐기던 기타를 더 공부하려 1988년 기타와 바로크 등 고음악의 강국인 독일로 날아가 1년 뒤 베를린 국립음대 기타 전공으로 입학했다. “원래 고음악이 좋아 그곳으로 갔으나 류트 등 생소한 고악기를 익혀야 한다 해서 엄두를 못 냈어요.”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클래식 기타를 들고 류트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하는 등 열심히 공부했다. 당시 스승이 훗날 내한 연주회를 가졌던 니겔 노스다.

그는 독일에서 현대음악 등을 공부하며 5년 동안 활동했다. “진정한 자유와 나만의 표현을 항상 염두에 뒀지만 우선 보편적 가치를 확보하는 데 열심이었어요. 익히고 넘어서자는 마음이었죠.” 귀국 이후 17년째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 기타 전공 강사로 있으며 미학 강의도 하고 있다.

그의 활동 무대는 서울과 대구다. 대구에서 꽤나 유명한 소극장 ‘분도’의 극작자ㆍ연출자로 활동했다. 지난해 대구에서 뮤지컬 아카데미 The Actorz(www.theactorz.com)를 설립해 대표로 있는 그는 서울서 살며 1주일에 한번 대구에 들른다. 거기서 한국 작곡가들의 미공개 좋은 작품을 음반화하자는 목적으로 음반사 판 뮤직(Pann Music)을 만들었다. 이건용 한예종 교수, 백병동 서울대 교수 등과의 연분이 귀한 자산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널빤지라는 의미의 ‘판’이다. 이번 기회에 올리버와 자신의 대구 스튜디오에서 듀엣곡 ‘Set Of Dreams’ 등을 녹음해 출반 할 계획이다. 새로운 월드 뮤직의 근거지인 셈이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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