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만큼 진해지는 스윙감(swing feel)이 약한 것은 분명 재즈 캄보로서 약점일지 모른다. 진하게 우러나오는 즉흥의 맛 역시.
그러나 이들에게서는 30대 초입의 어쿠스틱 재즈 밴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패기가 있다. 때로 그것은 바다 바깥까지 뻗어간다. 갓 30대를 넘은 팀이 유럽까지 초대되어 순회 연주를 하고 왔다. 윤석철 트리오.
이 달 초 이들은 독일, 폴란드,헝가리 주재 한국문화원의 초청으로 연주를 펼치고 12일 귀국했다. 특히 한국과의 수교 기념으로 7곳의 재즈 클럽에서 연주 하고 온 독일에서는 별도로 ‘재즈 코리아’라는 행사까지 벌어졌다. 당시 이지영 트리오, 보컬 이주미 등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낸 리더 윤석철(30ㆍ피아노ㆍ사진)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본다. 오사카, 대만, 말레이지아 등지서 가졌던 해외 공연과는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 시간이었다.
“뮌헨의 클럽‘운터파르트’보다 놀랄만큼 훌륭했던 시골 에베스베르크의 클럽 ‘알테스키노’가 기억에 남는다. 경청하고 즐기는 수준, 특히 집중력을 감명 깊었다.” 객석의 재즈에 대한 이해도는 박수를 보면 거의 정확하게 측정된다. 쳐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그 곳 관객들은 습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연주 중 사진 찍거나 잡담하는 사람들을 당연히 보게 되는 한국의 클럽들을 그는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이상은의 ‘어기야기여’를 재즈로 편곡한 작품도 열띤 반응을 보였다.
피아노 트리오(피아노-베이스-드럼)라는 압축적인 편성 안에서 일렉트로닉, 힙합 등 동시대 팝의 진보적 어법까지 수용해 내는 윤석철 트리오는 대중 친화적 행로 덕에 재즈 밴드 치고는 쉬 눈에 뜨인다. 앨범 3장을 뭉뚱그려 “음주 권장 경음악”이라 할만큼.
음악적 색깔? “단연 빨간색이죠. 정열적이며 따뜻하죠. 다양한 장르를, 재즈를 기본으로 해서 우리 식으로 연주하는 거죠. 퓨전이라 해도 좋아요. 일렉트로닉. 힙합, 가요 등과 재즈를 혼합해 젊은 세대에 맞는 음악을 추구하니끼요.”4년째 활동하면서 갖게 된 음악적 색채다.
☞[EBS SPACE 공감] 미방송영상 윤석철트리오 - 안녕히 주무세요
재즈로 보자면 리더 윤석철은 행운아인 셈이다. 재즈를 즐기던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재즈를 접하더니 중2 부터는 학원에 가서 본격적으로 재즈를 배우기에 이르렀다. 그 때 그를 매료시킨 작품이 빌 에반스의 앨범 ‘Alpne’였다.
본격적으로 재즈의 길을 택한 것은 20세, 재능대 재즈 음악과 진학하며 부터였다. 선배들의 클럽 연주 때 세션맨으로 활동하면서 실전 경험을 샇았다. 실수 많이 하면서 베배웠고, 그 와중에도 연주 장면을 스케치 해 주는 사람 등 팬도 생겨났다.
실수하면서 배웠다. 1주에 적어도 세 번 장도 무대에 서면서 자극을 받고, 스스로 실수를 자각해 가며 연습에 도 연습. 스무살 무렵 알게된 김영진(30ㆍ드럼), 정상이(33ㆍ베이스)와 윤석철 트리오를 결성한 것이 2009년. 그들은 스스로 즐기는 법을 배워갔다. “연습과 공연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장르를 흡수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하게 된 것이 크로스오버였죠.” 자기들만의 색깔을 찾고 있는 젊은 밴드의 자유스러움이 절로 느껴진다. 그들의 이념이라면 “우리가 즐겁게 연주하고 공연할 수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것.
언필칭 순수 국내파 재즈를 즐겁게 구사하는 이들을 보며 ‘한국 재즈’가 고정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될까? 그의 진술을 조금 더 따라가 보자, “훌륭한 뮤지션들 많은데 시장은 좁고 우리 재즈에 대한 인식이 낮다. 재즈의 파이는 넓어졌을지 몰라 여전히 외국 것을 선호한다는 안타가운 현실을 재삼 확인하게 된다.”현재 한국의 재즈 상황에 대한 그의 답이다.
재즈라는 장르는 진실로 재즈임을 고집하는 한 항상 비우호적인 상황과 직면해야 했다. 그것은 아마도 숙명일 것이다, 기꺼이 떠안아야 할. 그러나 저 젊은 순수 국내파 밴드에게 주어진 가능성은 눈부시다. 그들의 작품 제목처럼 “Someday My Fxxxxx Will Come!”이라 해 버리고 다시 털고 일어나면, 그것으로 족하다.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 유희열의 스케치북 '윤석철 트리오'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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