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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조원 팔겠다는 알리바바처럼… 뚫어라 거대 시장

입력
2014.10.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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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엔 9조9000억달러 규모…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급속 부상

한국, 對中 수출 중간재가 72%, 소비재는 47억달러로 점유율 0.1%

중국 경제가 '신상태' 단계로 접어들고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중심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부대개발과 신형도시화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 중국 서부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12일 중국 서부의 중심 도시인 충칭시의 야경이 화려한 가운데 불을 환하게 밝힌 유람선이 창장을 내려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 경제가 '신상태' 단계로 접어들고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중심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부대개발과 신형도시화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 중국 서부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12일 중국 서부의 중심 도시인 충칭시의 야경이 화려한 가운데 불을 환하게 밝힌 유람선이 창장을 내려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루 매출 600억위안(약 10조5,000억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오는 11월11일까지 달성하겠다고 내건 목표이다. 지난해 11월11일 하룻동안 타오바오(淘寶ㆍwww.tabao.co)와 톈마오(天猫ㆍwww.tmall.com) 등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올린 매출액은 무려 360억위안(약 6조3,000억원). 당시 행사 시작 55초 만에 1,370만명이 접속하고 매출 1억위안(약 175억원)을 돌파,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리에겐 ‘빼빼로데이’로 알려진 이날을 중국 네티즌은 혼자를 뜻하는 숫자 ‘1’이 4개나 겹쳤다며 ‘광군제’(光棍節ㆍ이성친구나 애인 없는 사람을 이르는 중국어 광군과 명절의 합성어)라고 부른다. 광군제에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대규모 할인 행사로 가장 큰 소비가 이뤄진다)처럼 인터넷 할인행사를 실시하자면서 ‘솽스이(雙十一ㆍ11이 겹쳤다는 뜻) 중국 소비자의 날’을 명명한 게 바로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다. 올해는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뒤 처음 맞는 솽스이다. 알리바바측은 대대적인 할인행사, 무선 인터넷 판매 강화, 글로벌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또 다시 전년 대비 70% 가까운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쇼핑몰과 협력, 중국 소비자가 해외 제품을 구매하고 해외 소비자도 중국산 제품을 살 수 있는 틀도 제공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런 마 회장의 창조 경제와 소비 진작 노력 등을 여러 차례 격찬했다.

알리바바와 솽스이 열풍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도 인터넷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향후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사이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시장 규모는 4조7,000억달러. 2015년엔 5조7,000억달러에 달해 세계 2위의 소비 시장으로 성장하고 2020년엔 9조9,000억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이 거대 소비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데도 우리의 시각은 멈춰 있다. 겉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다. 그러나 중국으로 가는 우리 수출품의 대부분은 중국 소비 시장이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우리 현지 공장으로 간다. 가공 무역 방식으로 다시 수출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2.4%(2013년 기준)나 되는 이유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서 최종 소비재의 비중은 3.2%, 불과 47억달러 수준이다. 수치로만 보면 우리나라 소비재 수출품의 중국 소비시장 점유율은 0.1%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중국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제품 등이 포함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더라고 너무 작다. 우리 정부도 최근 이런 문제점을 인식, 소비재 수출의 진흥에 나서고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먼 상태다.

문제는 어떻게 중국의 소비 시장을 뚫느냐다. 생산공장으로서의 중국과 소비시장으로서의 중국은 전혀 다른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딴 세상이기 때문이다. 생산에만 몰두하면 됐던 ‘공장장’의 시각은 이제 소비자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품질과 가격은 물론 마케팅과 홍보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경영자’의 시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특히 중국 소비자를 상대로 해 물건을 팔려고 한다면 중국 사회의 일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생각해야 한다. ‘셴쭤펑유, 허우쩌성이’(先做朋友 後做生意ㆍ먼저 친구가 된 다음에 사업을 시작한다는 뜻)는 중국 사업에선 금과옥조이다.

여기에 경쟁력까지 갖추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양평섭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北京)대표처 소장은 “중국이 생산대국에서 소비대국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제대로 안 된 상태”라며 “기존 수출을 위한 가공용 중간재를 중국 내수 시장을 위한 중간재로 바꿀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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