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맨 미 해안경비대 前 부사령관
공공 안전과 규정을 지키는 것이
모두에 이익이 되는 구조가 바람직
규정 위반 땐 처벌·불이익 엄격히
美선 감독기관과의 유착 막으려
감독관 3, 4년 지나면 자리 이동
“어떤 국제법도 선장이 배와 함께 죽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선장과 선원은 승객들이 안전하게 배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게 당연하다. 세월호에서 선장과 선원이 먼저 배에서 내렸고 승객들은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건 정말 터무니 없는 일이다.”
미국 해안경비대 부사령관(중장)을 지낸 브라이언 피터맨(사진)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이 안전기준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를 회복하려면 국제기관을 통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피터맨 전 부사령관은 세월호 참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사회가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이익이 되는 구조에서 규정을 지켜야 득을 보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36년간 해안경비대에서 근무한 피터맨 전 부사령관은 미국 내 해양 안전ㆍ안보, 비상관리 분야 전문가다. 카트리나 직후 미 동부를 강습한 허리케인 오펠리아 관련 연방정부 책임자로 임명됐고,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와 국토안보위원회에서 일했다. 지금은 세계 각국 정부나 기업 등에 안보관련 자문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맨드 컨설팅 그룹에서 해양안전관리 책임자를 맡고 있다.
-한국의 세월호 참사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무엇인가.
“세계는 과거 많은 해양 참사를 겪으며 안전조치를 마련했다. 이렇게 마련된 합리적 규제와 조치가 준수됐다면 참사를 방지할 수 있었다. 나는 사고 발생 이후보다 이전 문제에 초점을 두고 싶다.”
-세월호 참사를 보고 가장 아쉬웠던 점은.
“선원들은 긴급상황에 대비, 훈련을 받고 그런 능력을 갖춰야 한다. 훈련 받은 선원들이라면 먼저 배를 구조(정상화)하려 했을 것이다. 배가 침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면 승객들을 배에 있도록 하는 게 올바른 조치다. 승객이 바다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그러나 배가 침몰할 걸로 판단되면 그 순간 선장은 승객과 선원의 체계적인 소개를 지시해야 한다.”
-선장과 선원의 역할은.
“2년 전 좌초된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선장도 승객보다 먼저 탈출했다. 어떤 국제법도 선장이 배와 함께 죽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선장과 선원은 승객들이 안전하게 배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게 당연하다. 세월호에서 선장과 선원이 먼저 배에서 내렸고, 승객들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정말로 말도 되지 않는 터무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나.
“미국에서는 배 안전 점검 제도가 뿌리 깊게 정착돼 있다. 선박회사들은 요구되는 규정과 규칙을 충실히 준수한다. 그 이유는 감시기관들이 제 역할을 해 규정을 위반하면 그에 따른 벌금, 운항금지 등 처벌이 따른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리고 시행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가 미국에서 발생할 수 없다고 얘기할 수 있는 첫 이유는 공공안전 차원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경제논리를 앞세운 규제 완화와 안전문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둘 중 선택을 한다면 우선은 항상 안전 문제다. 모든 경쟁자들이 같은 규정을 준수한다면 그 누구도 불리하지 않게 된다.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는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공공안전과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 정부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마련할 대책은 무엇인가.
“한국은 먼저 최소한 배와 관련한 국제적 기준을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 배에 대한 국제 규제는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매우 정교하다. 위반할 때에는 엄중히 처벌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둘째로 공공안전을 관리하는 모든 감독기관에 대한 점검을 해 감독대상과의 유착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과 같은 긴급사태에서 미군 등 외국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과 절차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감독 기관과 감독 대상이 유착을 피할 방안은.
“미국에서는 감독 대상이나 감독 기관의 사소한 규정 위반도 심각한 범죄로 간주한다. 주어진 안전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미국 해양경비대의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대다수 감독기관의 담당자들은 3, 4년 뒤에 이동한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서 감사 대상과 유착할 기회가 줄어든다. 특정지역 안전기관 담당자들도 정기적으로 이동해 한 곳에서 부당한 일을 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한국이 안전관리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한국정부가 할 일은 배들이 국가 규정과 국제 규정에 따르도록 하고 국제기구들이 점검토록 해야 한다. 점검이 다국적으로 이뤄지면 특정 국가 안전기관이 점검 대상과 유착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된다. 국제해양 안전기구는 여러 개가 있고, 한국 정부는 그 중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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