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공간 사람 • 2024.07.18
집은 바위에 내려 앉은 새의 형상이다. 북한산 끝자락, 거대한 바위산을 딛고 있는 집의 'V'자 지붕이 마치 새의 날개 같다.
서울 종로구의 단독주택 '홍지36(대지면적 334.55㎡, 연면적 231.96㎡)'의 첫 인상이다. 집은 홍지문 근처에 있다. 조선시대 지어진 성곽(탕춘대성)이 주변을 지나고, 억겁의 시간을 견뎠을 바위가 마당에서 손을 뻗으면 닿는다. 인왕산과 북한산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집에는 자녀 둘을 출가 시킨 노부부가 산다. 건축주는 2001년부터 이곳에서 살았다. 그러다 1년 반의 개축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3월부터 같은 장소, 새로운 집에서 거주 중이다. 건축주는 취재 요청에 이런 반응을 보였다. "우리 집에 아무것도 없는데..." 집에는 정말 새 집에 으레 들여놓는 화려한 가구도, 그림이나 사진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게 필요 없는 집이었다. 건축주는 "이 집에 모나리자 그림을 갖다 놔도 이 자연한테는 안 돼요"라며 껄껄 웃었다.
[집 공간 사람]
집은 ‘사고 파는 것’이기 전에 ‘삶을 사는 곳’입니다. 집에 맞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요? 삶에, 또한 사람에 맞춰 지은 전국의 집을 찾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