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2024.07.18
30년 된 다세대 주택, 한 중년여성이 바윗덩어리만 한 배낭을 둘러멘 채 5층 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라갑니다. 밭은 숨을 눌러 삼키며 초인종을 누릅니다. 대답은 없고 개 짖는 소리만 공허하게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 어쩌다 팬티 바람으로 문을 여는 남성 고객 앞에선 ‘요령껏’ 시선을 돌리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죠. LG 렌털 가전 점검원 신현정(49)씨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QR코드’는 그의 하루를 졸졸 따라다니며 동선을 기록합니다. 고객 소유 기기에 붙은 OR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하면, 점검원의 위치와 점검 시간이 시스템에 꽂힙니다. 본사의 철저한 감시 아래 일하지만, 신씨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입니다. 하청구조의 밑바닥에서 1년 단위 계약으로 연명하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경계 안에 포섭되지 않는 방문 점검원들의 불안한 일터를 프란이 따라가 봤습니다.
취재 박지윤
편집 김지우, 한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