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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약 실현되면...] 20대 취준생의 가계부 '비포 & 애프터'

입력
2016.03.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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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하루도 못 쉬고 알바 뛰어도 한 달에 고작 130만원 벌어

학원비 부담에 실력 못 쌓아 취직과정서 서류심사 탈락

(2017년 3월)

구직수당 월 50만원 지원에 알바 최저시급 만원으로 인상

주 5일 일해도 저축까지 가능… 학원 다니고 공모전도 준비

※ 4ㆍ13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내 놓은 청년 정책 중 최저임금 1만원 도입과 청년구직수당 지급 등이 적용된 경우를 가정해 꾸며 본 기사입니다.

2017년 3월, '취준생'(취업준비생)이 된 지 1년이 넘은 김다래(26ㆍ가명)씨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아침식사를 하며 뉴스를 보고 영어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한다. 오후에 카페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한 뒤 영어학원에 들린다. 학원 수업을 마치면 저녁식사 후 취업을 위한 기업 공모전 준비를 하고 자기 계발을 위한 독서모임에 참석한다. 이후 운동을 한 뒤 귀가하며 마트에서 과일을 산다.

잠시도 빈틈이 없는 빡빡한 하루지만 2016년 4월 총선 이후 청년 지원 정책이 적용되면서 삶의 질이 달라졌다. 1년 전인 2016년 3월에는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주중 편의점 근무 및 주말에도 쉬지 않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두 곳 모두 최저임금인 6,030원을 칼 같이 고수하는 바람에 매달 손에 쥔 돈이 130만원대였다.

열악한 생존 환경으로 내몰린 김씨는 결국 먹는 것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아침은 건너 뛰었고 점심은 도서관 구내식당, 저녁은 아르바이트 일터인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때웠다. 떨이로 내 놓은 과일조차 사기 힘들었다. 2,000원짜리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 하루 종일 심란했다.

벌이가 신통치 않다 보니 대인관계마저 급격히 위축됐다. 빠듯한 용돈 때문에 친구들과 약속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주말 아르바이트 하느라 시간도 없지만 좋아하는 영화 감상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가 가장 절망스러웠던 점은 미래를 준비할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은데 학원비가 부담이었고 기업 인턴을 위해 필요한 공모전을 준비할 틈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의 공개 채용 때 아예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청년 지원 정책이 적용된 지금은 다르다. 올해 최저 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서 끼니를 거르지 않아도 되고 좋아하는 영화도 가끔 본다. 최근 봄 옷도 한 벌 샀다. 지난달부터 매달 50만원씩 청년구직수당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전에는 집주인이 수시로 올리던 월세 때문에 마음을 졸였지만 이제는 표준임대료제가 도입되면서 당분간 월세 인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학자금 대출 원금이 남아있다. 약간의 저축은 6개월의 청년구직수당 지원기간이 끝난 후를 위한 것이다. '취준생' 딱지를 뗄 때까지 김씨의 생활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래도 1년 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미래를 설계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 커다란 차이를 느끼며 희망의 가계부를 덮는다.

글=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그래픽=신동준기자 dj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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