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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회사차' 부당한 稅혜택 막을 묘안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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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회사차' 부당한 稅혜택 막을 묘안 없나요

입력
2015.07.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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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용도 차량을 업무용 등록, 보험료도 차량 유지비도

전액 경비 처리해 세제 혜택… 고가 차량일수록 업무용 많아

차량 가격 기준으로 제한 두자니 FTA 협정 조항 탓 통상 마찰 우려

“문제 제기는 쉬운데, 해법 마련이 어렵다.”

일부 사업자들이 개인 용도로 쓰는 차량을 업무용으로 등록해 막대한 세금 혜택을 보고 있다는 ‘무늬만 회사차’논란이 비등한 가운데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 공제혜택에 제한을 두는 방식을 적극 검토했지만, 외국과 통상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업무용 차량 운행일지 작성 의무화 등 다른 대안들을 검토 중이지만 이 또한 예상되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시간에 쫓겨 설익은 대책을 내놨다가 실효성도 없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초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업무용 차량에 대한 세제혜택 일부 제한 대책을 포함할 예정이다.

이는 개인 용도로 쓰는 차량을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해 부당 세제 혜택을 보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정부 안팎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데 따른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차량 1만5,720대가 업무용으로 팔렸는데, 이는 전체 차량 판매 대수의 43%에 달하는 비중이다. 특히 고급 차량일수록 업무용이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5,000만원 이하 차량의 경우 업무용 비중이 22.4%(1만9,009대)에 불과하지만 1억원 초과 차량은 83.2%(1만2,458대)가 업무용이다. 지난해 각각 5대, 6대 판매된 롤스로이스 ‘팬텀’(5억9,000만원)이나 벤틀리 ‘뮬산’(4억7,047만원) 같은 초고가 차량은 전부 업무용으로만 팔렸을 정도다.

고가의 차량이 업무용으로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퍼주기 식’ 세제 혜택의 영향이 크다. 업무용 차량은 구입비(리스 포함)는 물론 자동차세 등 각종 세금, 보험료와 유류비까지 소득세ㆍ법인세 산정 시 전액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사업자 입장에선 차 값은 물론 차량 유지비를 전액 보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부 수입차 업체는 세제혜택을 공공연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업무용과 비업무용의 경계가 100% 뚜렷할 수 없는 차량의 특성상 ‘무늬만 회사차’를 정밀하게 가려내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관련 대책을 올해 세법 개정안에 넣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실무진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거론되는 대안 중 가장 간단명료한 것은 일정 가격을 초과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업무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실제 캐나다는 3만 캐나다달러(약 2,684만원) 초과 차량에 대해서는 경비 처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방식은 수입차 업체나 해당 국가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조문상의 ‘수입산에 대한 직간접적 차별 금지’ 조항을 근거로 제소할 수 있어 국내 적용이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격 제한을 하는 캐나다나 호주는 자국 차량을 거의 생산하지 않아 통상 마찰 소지가 없지만, 국산차 생산이 많은 한국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또 불가피하게 고가의 특수 차량을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사업자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때문에 정부는 업무용 판정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차량 가격에는 제한을 두지 않되, ‘무늬만 회사차’를 꼼꼼히 가려내 부당 세제 혜택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업무용 운행 실적이 일정 비율 이하일 경우 세제 혜택을 제한하기 위해 업무용 차량의 운행일지 작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운행일지 점검에 드는 행정 비용은 물론, 수많은 업무용 차량 사용자가 운행일지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실제로 운행일지대로 차량을 사용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국민 불편만 가중시키는 후진적 행정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지적했다.

차량 표면이나 번호판에 ‘업무용’ 표시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 또한 이용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세법 개정안 일정에 맞추기 위해 서두르기 보다는 시간을 들여 세심하게 대책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지호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간사는 “성급한 제도 도입은 사업자들의 불필요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꼼꼼한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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