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성영훈 권익위원장 “김영란법 100일 만에 무너뜨리면 치명적 손상”

알림

성영훈 권익위원장 “김영란법 100일 만에 무너뜨리면 치명적 손상”

입력
2017.01.19 11:05
0 0

“사회적 격론 거쳐 결론냈는데

또다시 소모적 논란일까 우려

농축산업게 등 피해 주장은

원인 면밀하게 살펴봐야

황교안 권한대행의 발언은

여러 방안 모색, 그대로 이해”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 서울 사무소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 서울 사무소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1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 “천일 넘게 걸려서 만든 것을 백일만에 무너뜨리는 것은 사회적 신뢰, 법의 집행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온다”며 이른바 ‘3만원ㆍ5만원ㆍ10만원’(식사ㆍ선물ㆍ경조사비 허용가액) 조항을 당분간 고수하겠다는 뜻을 강력 시사했다.

성 위원장은 이날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국제투명성기구 등이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3개월 만에 이를 바꾸려는 시도 자체가 대외적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부 내 경제부처 및 새누리당이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고 총리실도 개정 쪽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시행령 개정 여부를 두고 정부 부처간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지난해 9월 28일 시행 후 100여일 만에 청탁금지법이 또 다시 사회적 논란의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이다.

성 위원장은 “3ㆍ5ㆍ10 조항 때문에 경제가 위축됐다는 것은 사회과학적 논거가 없다”며 경제부처들이 주장하는 업계 피해 규모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미굴이 결국 댐을 무너뜨린다”며 3ㆍ5ㆍ10 조항을 개정할 경우 청탁금지법 자체가 무력화하거나 사문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경제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청탁금지법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하면서 정부 내에선 시행령 개정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이 실시되는 실태조사가 조만간 마무리 되면 본격적인 관계부처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맞서 성 위원장은 “경제부처들이 실태조사를 해서 의견을 제시하면 들어보겠다”면서도 “(경제부처 주장은) 이해는 되지만, 우리가 입장을 지키고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 댐에 구멍이 났을 때 소년이 팔뚝으로 막아 댐이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는 소설 속 일화까지 거론하며 총리실이나 경제 부처들이 개정을 압박하더라도 끝까지 버티겠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_3ㆍ5ㆍ10 조항 개정 요구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다시 커지고 있다.

“이 법을 만드는데 1,915일이 걸렸고, 시행된 지는 이제 100여일 됐다. 법 시행으로 나타난 현상을 평가할 만한 기간이 지났는가. 물론 치명적 결함이 있다면 3일만이라도 고쳐야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일부 분야에서 피해가 있다고 하지만, 국민 85.1%가 이 법을 지지하고 있다. 과거 접대 관행이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다수의 성실한 국민 내면에 자리잡아 가는 상황인데, 개정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 지난해 엄청난 사회적 격론을 거쳐서 결론을 냈던 것이다. 또 다시 소모적 논란이 반복돼 걱정이다.”

_경제 부처에서 주장하는 농축산업계나 요식업계 피해는 어떻게 보나.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것인지, 또 합리적 소비로 전환되는 과정인지 등을 면밀하게 봐야 한다. 전통시장 매출은 떨어졌지만 이 법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백화점 매출은 늘었다. 만약 5만원, 10만원으로 상향한다고 소비 심리가 되살아날지도 전혀 검증이 안 돼 있다.”

_관련 업계 피해를 보완하는 다른 정책적 수단을 고려하는지.

“이번 계란 파동에서도 관세를 없애고 계란 수송을 위해 항공료도 50% 지원했다. 이처럼 재정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여러 가지 수단을 쓸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_황 권한대행의 언급이 시행령을 개정하라는 지시가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러 방안을 모색하라는 것으로 말씀 그대로 이해하고 있다. 그 배경을 이해하고 있어서 경제부처가 실태조사를 하면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_시행령을 고수한다면 항명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권한대행이 3ㆍ5ㆍ10 조항을 고치라고 한 게 아니다. 항명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주무부처 장으로서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

_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을 평가하면.

“여론조사상으로 접대 문화가 바뀌었다는 게 51.0%, 더치페이 강화 47.8%, 갑을 관계가 개선됐다는 응답이 40.3%로 나왔다. 82.5%는 부패ㆍ청탁 문화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여러 항목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빨리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말마다 나가는 성당에 학부모들이 많은데 100% 찬성이다. 학부모는 학부모 대로, 교사는 교사 대로 찜찜함에서 해방됐다는 반응이다. 얼마 전 만난 군 인사는 ‘부대 배치나 보직과 관련한 청탁 전화가 한 통도 없다’며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굉장히 빨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_초기 시행 과정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맞물리면서 “우리는 밥 한끼 얻어 먹지 못하는데 이건 뭐냐”는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그런 개탄이 나오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이 법이 절실하다는 계기도 될 것이다. 최순실씨의 여러 혐의가 사실 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14가지 청탁대상에 들어가 있다. (이 법이 좀더 일찍 시행됐다면) 첫 단추에서, 작을 때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김정현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