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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손잡는 BJ들… ‘끼’ 끝까지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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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손잡는 BJ들… ‘끼’ 끝까지 살아남을까

입력
2015.1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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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등 대기업이 관리사업 진출

장비부터 세무까지 전방위 지원

자본 바탕 시장독점 우려 커져

“콘텐츠는 무궁무진” 반론도

2010년부터 게임 관련 1인 창작자로 활동해 온 ‘대도서관’(나동현ㆍ37)은 2년 전부터 CJ E&M의 다이아TV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다이아TV는 1인 창작자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사업체인 다중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sㆍMCN) 업체다. MCN은 콘텐츠 제작 외의 제반 사항에 취약한 창작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생겨났다. 2013년 당시 유튜브 스타였던 대도서관도 방송 자막 폰트 저작권 관리와 광고 유치 등에 도움을 얻기 위해 CJ E&M과 손을 잡았다. 그는 “창작자들은 평범한 일반인이었다가 콘텐츠 전문가로 성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작권 관리, 세무ㆍ법무 문제 등을 개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지원을 받는 대신 광고 수익의 20%를 CJ E&M과 나눈다.

블루오션인가, 또 다른 자본 싸움인가.

문화 창업의 새로운 트렌드인 1인 미디어의 부상과 함께 이들 창작자들과 연계해 시설과 장비, 저작권과 수익 관리, 교육 등을 지원하는 MCN도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한 발 앞선 미국의 MCN 시장이 대형화 단계에 접어든 것을 보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1인 미디어 고유 속성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CJ E&M의 다이아TV 창작자 교육 장면. CJ E&M 제공
CJ E&M의 다이아TV 창작자 교육 장면. CJ E&M 제공

국내 MCN 대표주자는 CJ E&M. 2013년 인기 1인 창작자들과 손잡은 CJ E&M은 지난 5월 다이아TV라는 새 브랜드를 내걸었다. 씬님(메이크업), 쿠쿠크루(코미디), 영국남자(한국 문화 체험) 등 각 카테고리 별로 인기 창작자를 비롯해 새로 발굴한 600여 창작자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다. 자체 제작 스튜디오까지 갖춘 CJ E&M은 2017년까지 2,000팀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스타 창작자 양띵(게임), 악어(게임), 김이브(라이프스타일) 등이 소속돼 있는 트레져헌터는 MCN 전문기업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유명한 아프리카TV도 지난해 ‘파트너BJ’를 신설하는 등 창작자 지원을 확대하며 MCN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상파도 뛰어들었다. MBC가 1인 방송 형식을 차용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KBS는 최근 1인 채널을 지원하는 MCN ‘예티 스튜디오’를 출범시켰다.

먹방 콘텐츠로 유명한 ‘벤쯔’가 새우를 먹고 있다. 벤쯔는 최대한 많은 양을 끝까지 맛있게 먹는 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프리카 TV 캡처
먹방 콘텐츠로 유명한 ‘벤쯔’가 새우를 먹고 있다. 벤쯔는 최대한 많은 양을 끝까지 맛있게 먹는 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프리카 TV 캡처

MCN 기업들은 ‘수익성보다는 1인 창작자 지원을 통한 생태계 활성화’를 설립 취지로 내세운다. 그렇지만 비영리를 추구하던 콘텐츠가 영리 목적 사업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거처럼 저비용의 아이디어로만 승부하는 아이템 대신 철저한 기획력과 분석력이 지배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화제가 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MCN기업 인수는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유튜브 스타가 연예인 못지 않는 유명세를 누리는 미국에서는 지난해 디즈니가 퓨디파이(PewDiePie)라는 아이디로 알려진 스웨덴 출신 게임 채널 창작자 펠릭스 셸버그(26)가 소속된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를 9억 5,000만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다. 2013년 드림웍스가 MCN기업 어섬니스TV(AwesomnessTV) 를 3,300만달러(약 365억원)에 인수했을 때에 비해 MCN기업 몸값이 엄청 뛰었다. 많은 1인 창작자가 동영상 시장에 진입하지만 소수의 인기 창작자에게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MCN의 대형화는 신규 1인 제작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15-11-20(한국일보)
2015-11-20(한국일보)

한국의 경우 스타 감독과 연예인 등까지 1인 미디어 시장에 가세해 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9월 나영석 PD의 모바일 예능 ‘신서유기’가 큰 인기를 얻었고 최근 장진 감독도 MCN기업 메이크어스를 통해 모바일 채널 ‘당고타임’을 열었다. MCN 관계자들은 “기존 미디어와 달리 대자본을 들인 콘텐츠와 개인 콘텐츠가 대등하게 평가 받을 수 있는 게 웹과 모바일 동영상 시장의 특징”이라며 경쟁이 컨텐츠 질을 높여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게임 채널 창작자 도티(나희선ㆍ29)는 “한 유튜브 구독자가 ‘지금 아이언맨 보러 영화관 왔는데 영화가 재미 없어 도티님 영상을 보고 있다’는 댓글을 남긴 적이 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동영상 시청자들에게는 자본력에 힘입은 콘텐츠보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많이 들어있는 동영상이 바로 프리미엄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창작자인 동시에 트레져헌터의 기획이사인 양띵 역시 “온라인에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 좋은 콘텐츠로 인정 받는다”며 “수입 기준으로만 보면 소수만 성공하는 시장으로 보이겠지만 직장인 월급 수준의 수입을 올릴 잠재적 콘텐츠는 아직 무궁무진하다”고 낙관론을 폈다.

물론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고 부적절한 콘텐츠가 여과 없이 방송되는 것은 문제다. MCN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CJ E&M의 황형준 다이아TV 본부장은 “1인 창작자의 끼와 재능이 콘텐츠가 되고 이게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큰 과제”라면서 “창작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 되고 누군가에게 미래의 꿈이 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아래 관련기사 링크에서 ‘1인 미디어 도약’ 관련 전체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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