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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은 어떻게 세계 공용어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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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은 어떻게 세계 공용어가 됐나

입력
2015.1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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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대 놀이문화 ‘1인 미디어’

기존 방송과 다른 틈새 콘텐츠

시청자와 BJ 소통하며 만들고 즐겨

정기구독자 백만 넘는 채널도 많아

“1인 미디어로 수입이 생기면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나요?” “동영상 촬영, 편집용으로 컴퓨터 하드 용량을 얼마나 갖고 계신가요?” “하루에 일은 얼마나 하세요?”

지난 5일 저녁 중앙대 CAU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에서 열린 ‘멀티미디어 창작과 비즈니스’ 수업.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의 1인 채널 운영자 ‘양띵’(양지영ㆍ25)의 특강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자 학생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기성세대에게는 낯설지만 양띵 같은 1인 제작자를 뜻하는 ‘크리에이터(창작자)’가 되기 위해 특강을 듣는 대학생 상당수가 구체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기획 중인 동영상 콘텐츠의 경쟁력을 평가해 달라거나, 편집에 관한 세부 사항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양띵의 게임 유튜브 채널 정기 구독자는 149만명, 게임 관련 또 다른 창작자 ‘대도서관’(나동현ㆍ37)의 구독자는 11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유튜브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수천만원대다. 유튜브는 2007년부터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에게 광고수익 일부를 주고 있다.

5일 1인 창작자 양띵이 중앙대 특강을 마친 후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트레져헌터 제공
5일 1인 창작자 양띵이 중앙대 특강을 마친 후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트레져헌터 제공

이들의 성공 신화를 단순히 또 다른 대중스타 탄생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성공과 인기배경에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인 ‘1020 동영상 세대’의 독특한 특징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재석이 나오는 ‘무한도전’보다 양띵이 나오는 3, 4분짜리 먹방(음식 먹는 방송) ‘대먹녀’(대신 먹는 여자)를 즐기는 세대가 이끄는 미디어 이용 패러다임 전환의 전조로 시각도 있다.

대학생 이예지(21)씨는 매일 1시간 이상 유튜브를 본다. 100개가 넘는 구독 채널의 업데이트 영상을 확인하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TV는 거의 보지 않는다. 이씨는 “동영상에 댓글을 남기면, 다음 회 동영상에 소개하고, 내용도 제작에 반영하는 유튜브 제작자가 많아 일방적인 TV와 달리 방송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구 모임에서 유튜브 화제 영상 이야기가 대화 주제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10, 20대의 미디어 이용 습관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제일기획의 빅데이터 전문 분석조직인 제일DnA센터가 지난해 4,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0대의 하루 동영상 응용소프트웨어(앱) 사용 시간은 26분 35초, 20대는 11분 31초로, 40대(8분 24초), 50대(5분 18초)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유튜브 시청자였다가 1인 창작자로 탈바꿈한 경우도 많다. 먹방으로 유명한 밴쯔(정만수ㆍ25)는 매일 자기 직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보던 동영상 세대다. 대학 편입 시험을 준비하면서 면접에 대비한 화술을 키울 생각으로 방송을 시작한 정씨는 먹방 콘셉트가 화제가 되면서 어느새 45만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인터넷 방송인이 됐다.

창작자들이 유튜브에 올릴 동영상을 찍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창작자들이 유튜브에 올릴 동영상을 찍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창작자의 부상은 무엇보다 주류 미디어가 소화할 수 없는 틈새 콘텐츠를 생산하는 장점 덕분이다. 밴쯔는 앉은 자리에서 햄버거 30개를 맛있게 먹어 치우는 식의 먹방으로 인기를 얻었다. 기존 매체에서 다루기 힘든 내용이다. 남정숙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특히 10대는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위로와 공감을 나누고 동시에 멘토와 멘티로 경험과 지식을 학습하는 일에 익숙하다”며 “온라인 세대의 특징”이라고 했다. 따라서 “‘덕후’(골수팬을 뜻하는 은어)로 대표되는 비주류 취향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온라인 취향공동체에서 나눈다”는 것이다.

한국형 콘텐츠인 먹방은 신한류 발전 가능성도 엿보인다. 먹방의 한국어 병음 ‘Mukbang’이 그대로 외국 유튜버들의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30만 구독자를 갖고 있는 유튜브 채널 파인 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가 만드는 ‘리액트’(Reactㆍ반응) 프로그램에서는 ‘Mukbang’(Eating Shows)의 반응을 살피는 내용을 올린 바 있다. 그 밖에도 여러 외국 유투버들이 ‘Mukbang’이라는 이름으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동영상 세대는 인쇄문화 시대를 살아 온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사고와 행동양식을 보여 준다. 이미지와 영상놀이를 통해 사이버 상에서 자아를 확인한다. 지난해부터 유튜브 채널 ‘김다영의 뷰티드로잉’을 운영하고 있는 창작자 김다영(24)은 구독자(29만명)증가와 함께 악성 댓글도 늘어 고민이 많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와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기쁘다”며 “그래도 호의적인 댓글이 더 많아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인 미디어 확산은 1인 가구 증가로 개인화가 극대화하는 사회 트렌드와 연관이 깊다”며 “기술적 변화와 더불어 또래집단 내에서도 매우 세분화된 기호를 드러내는 젊은 층의 특징과 잘 맞아 떨어져 1인 방송이 젊은 층에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아래 관련기사 링크에서 ‘1인 미디어 도약’ 관련 전체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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