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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영국의 체리 피킹 허용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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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영국의 체리 피킹 허용 않겠다”

입력
2017.0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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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EU 탈퇴’ 본격 협상 앞두고

독일·프랑스 주축 반격 시작

EU “대가 치러야” 보복 움직임에

메이 英총리는 “자해행위 될 것”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 런던에서 하드브렉시트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신화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 런던에서 하드브렉시트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신화연합뉴스

테리사 메이(61)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깔끔한 이별(Clean Brexit)’을 선언하면서 영국과 EU 간 새로운 관계설정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브렉시트 협상 개시까지는 몇몇 절차와 시간이 남아 있지만, 메이 총리가 EU의 보복에 대해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EU 회원국들은 영국의 잇속 챙기기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동시에 벗어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로 선공을 날린 메이를 향해 반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메이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협상 계획을 처음으로 내놓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한 쪽은 독일이다. 유럽연합을 사실상 이끌며 브렉시트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키 플레이어’다운 반격이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이날 곧바로 “향후 협상에서 영국의 ‘체리 피킹’(유리한 것만 챙기는 행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질서정연하게 브렉시트 절차를 서둘러 밟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기까지는 EU 탈퇴절차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영국이 발동해야 하는 등 아직 시간이 있지만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계획 발표에 맞춰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국경 통제로 이민을 억제하고 EU 사법권으로부터 독립, 관세와 노동, 환경 분야 등에서 ‘탈 EU 법규’등 완전한 주권 회복을 선언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EU 회원국들이 “향후 다른 회원국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영국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메이 총리는 “보복은 유럽 국가들에게 재앙이 되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조건부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다.

EU 브렉시트 협상대표인 미셸 바르니에(프랑스)는 이날 영국과의 무역협상은 일단 ‘이혼’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원칙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질서있는 탈퇴에 대한 합의가 향후 동반자 관계의 선결 조건”이라며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을 위해 제대로 된 협상을 끌어내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를 겨냥한 말이라고 분석했다. EU측은 영국이 브렉시트 연착륙에 따르는 ‘위자료’ 합의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며, 영국은 EU 탈퇴에 수반되는 비용 600억유로(약 74조원) 지불에 소극적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메이 총리의 연설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EU 27개 회원국은 단결된 상태로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향후 전개될 브렉시트 협상에서 밀리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하드 브렉시트’로 선공을 펼친 메이 총리는 이후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자국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도 보였다. 메이 총리는 하드 브렉시트 계획 발표로 불안이 가중된 골드만삭스 등 런던 기반의 글로벌 금융업계 거물들을 달래기 위해 19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들과 회동을 가질 것이라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보도했다.

영국이 밝힌 브렉시트 지침을 이행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영국이 EU를 탈퇴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하려면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 50조가 지금껏 한번도 발동된 적이 없어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또 영국 정부가 EU 탈퇴 절차를 밟기 전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영국 정부는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이 외교조약 체결과 폐기 권한을 가졌던 군주가 정부에 위임한 ‘왕실 특권’에 해당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왕실 특권에 대한 법적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양 측의 첨예한 신경전을 감지한 때문인지, 17일 선출된 EU의회 안토니오 타이아니 신임 의장은 투표를 앞두고 “영국이 앞으로도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인 출신인 타이아니 신임 의장은 각국에서 극우 및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는 EU 입법을 담당하는 EU의회 수장으로서 회원국간 결속을 다지는 중책을 맡게 된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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